2019년 필자가 속한 기관과 신재생에너지학회가 공동으로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의 샘 키민스 RE100 대표를 초청해 국제 컨퍼런스를 진행할 당시만 해도 RE100의 인식은 매우 낮았다. 지난해 전 세계 탄소중립 선언 물결과 더불어 RE100에 대해 기업 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 등도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고 국내 RE100 가입 기업도 6월 기준 10개에 이른다. 에너지 인공지능 스타트업 크로커스에너지는 올해 전력시장 최대 화두로 ‘RE100’을 꼽으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RE100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 전했다.

그런데 우리는 RE100을 이끌고 있는 더 클라이밋 그룹의 또 다른 이니셔티브인 EP100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P100(Energy Productivity 100%)은 기업들의 에너지 생산성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이다. 에너지 생산성은 수익을 에너지 사용량으로 나눈 경제적 산출물로 정의된다. EP100 가입을 원하는 기업은 다음의 세가지 조건 중 한가지를 선택해서 실행하면 된다.

▲특정 년도를 기준으로 25년 이내에 에너지 생산성을 2배로 높이는 목표 달성 ▲기업이 소유한 각 시설별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설치 ▲2030년까지 새로 건설한 건물 및 기존 소유 건물의 탄소중립 기준 충족이다.

EP100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 세계 12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중 33개 기업은 현재까지 프랑스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3억 2800만tCO2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5700만tCO2를 저감했는데, 이는 1년간 자동차 1200만대 이상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한다. EP100목표를 향한 평균 진행률은 62%에 달하고 에너지 생산성은 연평균 6.2% 향상됐는데, 이는 UN이 권고하는 속도의 2배라 할 수 있다.

에너지효율 향상은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감축해야하는 배출량의 40% 이상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030에너지 영향에 대한 로디엄 보고서(Rhodium Report)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면 매년 에너지 비용 3200억 달러 절감, 130만개의 일자리 창출, 탄소배출량 약33% 감축 효과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IEA 역시 건물과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프로젝트로 약 95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 추산했다. 가정, 산업 등의 건물 리모델링에서 냉난방, 공조 시설 등 곧 착수할 단계에 있고 노동 집약적인 프로젝트가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전문 인력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 정부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기업의 수익과 연결되어 있으니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에너지효율 지표인 에너지원단위가 OECD 최하위 수준이고 다소비·저효율 에너지 소비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이미 에너지 효율 혁신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행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규제 중심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RE100이 무역장벽으로 작동하며 국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면 EP100은 국내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위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한 이니셔티브다. 이같은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기업들에게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RE100 참여 기업은 공급망 관리도 함께 진행해야 해 공급망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RE100달성 로드맵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그 다음 단계가 수월해질 것이다.

프로필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산업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가 선정 위원 ▲한국 신재생에너지학회 이사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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