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건설 추진
업계, “생태계 파괴에 중복투자로 국가적 낭비”
현대오일뱅크, “미래먹거리 확보 위해 불가피”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디젤 시장 진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기존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바이오디젤 업계는 산업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바이오디젤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대산 공장 인근 매립지에 오는 2022년까지 연산 13만t 규모의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같은 날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은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반대성명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디젤은 수송용 경유에 의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는 친환경 연료를 말한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경유에 섞는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3.5%로 높이고, 3년 단위로 0.5%p씩 단계적으로 올려 2030년부터는 5%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 규모가 정부의 중장기 목표인 5% 혼합비율에 따른 예상 수요량을 공급하는 데 이미 충분하며, 설비 투자도 모두 마쳤다는 입장이다. 이제 와서 정유사가 시장에 참여한다는 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중복투자에 해당해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인 정유사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바이오디젤 시장 보다는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바이오항공유 시장에 진출하는 게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대한항공과 함께 바이오항공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바이오디젤 공장 건설비용을 과감히 바이오항공유 분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정유사가 직접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혼합하는 사례는 없다”며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항공유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바이오디젤 시장은 기존 업체가 담당하도록 놔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 입장에서 바이오디젤 사업은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최적의 사업모델이기도 하다.

GS칼텍스는 100% 자회사인 GS바이오를 통해 바이오디젤 시장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탄소중립 흐름과 미래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디젤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예상돼 정유사 입장에서도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종국적으로는 바이오디젤 보다 국내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인 바이오항공유와 바이오케미칼에 집중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 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바이오디젤 업계와 상생협력 방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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