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중소 모듈 업체 “탄소인증제, 사실상 일부 기업 1등급 독점 유도”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만드는 태양광 웨이퍼.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만드는 태양광 웨이퍼.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국산제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탄소인증제에 대해 태양광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과 함께 태양광 모듈 업계에서는 오히려 탄소인증제로 인해 중소 모듈 제조사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탄소인증제에서 탄소배출등급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국산 웨이퍼를 사용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웨이퍼를 제조하는 기업은 한 곳에 불과해 생산량이 적은 데다 가격도 비싸 대기업 위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는 웅진에너지 한 곳으로 지난해 5월 상장폐지된 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공장도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못해 생산능력(Capacity)만큼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웅진에너지의 연간 생산능력은 500MW가량이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은 총 3967MW 수준으로 여기에 현저히 못 미치는 양이다.

그나마 최근 국산 웨이퍼의 대안으로 불리는 해외 제품 수급마저 녹록지 않다. 해외 물량에는 국내 업체가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산 제품의 대안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생산되는 웨이퍼가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전체 웨이퍼 물량의 10~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국산 웨이퍼에 기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웨이퍼의 수량이 적어 자국 시장에서 거의 다 소모되고, 일본은 최근 생산을 거의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듈 업체 관계자는 “미국 폴리실리콘에 한국과 대만의 잉곳·웨이퍼를 써야 간신히 1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물량도 한정적”이라며 “물론 다른 선택지는 있지만 가능한 잉곳·웨이퍼를 구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계량평가에서 탄소인증제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이는 6점으로 입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발전사업자들이 1등급 모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모듈 업계는 결국 1등급 제품을 다수 확보한 일부 모듈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1등급 모듈을 당장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 모듈 대기업뿐이며, 국내 잉곳·웨이퍼 업체는 웅진에너지뿐”이라며 “결국 이들이 한국의 1등급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당국은 웨이퍼 물량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은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국내 웨이퍼 생산량이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웨이퍼를 공급받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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