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개인 간 전력구매계약(이하 직접 PPA)이 가능하게 됐다. 앞으로 발전 사업자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생산한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

거래 대상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제한되지만, 철옹성 같던 전력 시장이 일부 개방됐다는 점에서 전기공사업계에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직접 PPA는 글로벌 친환경 기조 확산이 배경이 됐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 확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중 상승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압박이 커지면서 도입 필요성이 고개를 들었다.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는 발전 사업자와 구매자가 중개인 없이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직접 PPA로 신재생에너지 전력만 거래할 수 있다. 직접 PPA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해외는 PPA 도입이 활발하다. 대만은 2017년 해당 제도를 도입했으며, 대만 소재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는 대부분의 전력을 PPA로 공급한다.

세계 최대 PPA 시장은 미국이다. 글로벌 PPA 거래량의 6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2016년 이래 미국의 PPA 누적 체결 용량은 연평균 60%씩 늘고 있다. 직접 PPA는 전력 거래를 활성화해 전기공사업계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송·변·배전 시장은 10년 넘게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변전 부문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4,000억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 설비 시장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 규모로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태양광 시장은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직접 PPA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송전 과부하, 계통 불안정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발전·부하 설비의 수요 확대로 이어져 전기공사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력 생산(태양광 발전) → 전력 저장(ESS) → 전력 수송 → 전력 소비(EV)의 밸류 체인에서 운영·거래·유지·보수·부문의 수요가 커지면서 수익 창출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유리한 점은 또 있다. 지역별 소규모 설비 수요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넓은 업체 풀 덕분이다. 현재 전국에는 약 1만 8,000곳의 전기공사기업이있다.

보완점이 있다면 업계의 네트워크다.

모든 기술·제품·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산업도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점점 더 산업 간 관계는 끈끈해질 것이다.

전기공사업계도 마찬가지다. ESS·G2V·데이터 센터 등 신산업의 확장에 대비하려면 관련 전문가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기공사 기업이 현업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 협업할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한 까닭이다.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을 통해 기대되는 전기공사업계의 사업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일상화되면서 직접 PPA가 창출할 사업 기회는 이보다 수 배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으로의 연착륙을 위해 업계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글_편집팀

https://info.erik.re.kr 전기공사 현장의 길라잡이-전기공사시공정보시스템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