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마련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탈석탄에 대한 정부의 굳은 의지가 담겼다. 2034년까지 30여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발전사들의 행보가 바쁘다.

그러나 정부가 탈석탄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뒤 행보를 보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당장 대체발전소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발전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탈석탄을 지시해놓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 발전소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일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최근 남동발전의 삼천포화력 3·4호기 대체발전소 건설을 논의하던 대구시가 주민반대에 의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사례도 있다.

부지 선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리는 발전사도 적지 않다. 자칫 현재 논의 중인 지역이 언급되기라도 했다간 주민들의 반대 세례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주민 민원이 가장 큰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하는데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가장 귀찮은 과정이기 때문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발전소 수익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라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안인 대체발전소까지 발전소가 모든 과정을 알아서 처리하라고하는 꼴이다.

노동계에서도 정부 탈석탄 정책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탈석탄 정책으로 폐지되는 석탄발전소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관심을 못받고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단순히 LNG복합화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로 일자리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 LNG복합화력은 석탄화력 대비 일자리가 60~70%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석탄화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신재생에너지 쪽에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사실상 없다.

2일 열린 ‘공공노동포럼’에서 발전사 노조 한 관계자는 “정부는 산업·기술 측면에 맞춰 모든 탈석탄 정책을 설계해놓고 이제와서 노동자들을 끼워주면서 큰 선심을 쓰는 듯 군다”라며 “우리도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고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석탄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기후위기라는 큰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반발이 심한 탈원전 등과 달리 큰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석탄화력이 사라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발전업계마저도 쉽게 탈석탄에 대해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무책임한 탈석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탈석탄으로 인한 영향을 꼼꼼하게 예측하고, 대비를 해야 할 정부가 눈을 돌리고 있다면 산업계에 탈석탄에 대한 제대로 된 시그널을 주지 못한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물결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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