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ESS, DR 등 기존 보급 중심의 에너지산업과는 다른 새로운 에너지산업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보급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사업자들이 항상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책이 시장 규모를 키우고 확산시키는 데만 집중하지, 정작 장기적인 활용방안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이 맞다. 국가의 장기적인 플랜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사위기에 처한 ESS 분야가 특히 그렇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부여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으로 ESS산업은 전 세계에 가장 앞서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지나 REC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설상가상으로 화재로 인해 안전성 의문까지 생기자 발주는 급격히 떨어졌다. 확산과 보급에만 집중하고 활용 방안을 고심하지 않았던 정책은, 결국 중요한 순간 도움이 되지 않았고 ESS산업은 현재 고사 위기에 처했다.

위기를 외치고 있는 DR시장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최근 전기소비형태 검증 기준(RRMSE)을 기존 30%에서 20%로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DR제도가 미국 전력회사 PJM을 벤치마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RRMSE를 20%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관리사업자들은 만약 한전의 의도대로 RRMSE가 20%로 내려간다면 가진 DR 자원의 46%가 탈락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DR제도를 설립할 당시와 달리 산업이 겨우 성장한 현재에 와서 갑작스레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신산업을 두고 정부와 업계의 불협화음이 매번 나오는 것은 정부가 활용 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보다 보급과 확산 등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월 말,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새로운 핵심이라 볼 수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은 사실 지난해 연말 발표돼야 했지만, 현재 6개월 가까이 미뤄진 상황이다. 업계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정책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가길 기대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만큼은 단기적인 성과에 흔들려 나중에 수정하는 일 없이 제대로 된 ‘장기적 플랜’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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