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구리값이 금값이다. 매일 신기록 경신중이다. 지난 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은 톤당 1만25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2월 이후 10년 3개월여만에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1만316달러로 장을 마감해 역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 10일에는 장중 1만724.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전까지 최고가는 2011년 2월의 1만190달러였다.

구리 가격이 날개를 달면서 시장의 곡소리도 한껏 커지고 있다. 처음 이상기류가 감지됐던 건 2월이었다. 톤당 7000달러 후반 선에 머무르던 구리값이 2월 들어 갑자기 9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제조‧유통‧시공업체들 모두 당황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시공사였다. 당장 공사를 해야하는데 물량을 못 구할 판이었다. 웃돈을 주고 구하면 밑지는 장사가 됐다.

3달이 흘렀지만 그사이 구리값은 더 올랐다. 시공사들의 곡소리는 더 커졌다. 건설업은 계약과 계약 이행 사이의 시간차가 큰 산업이다. 계약할 때 구리가 들어가는 전선 가격이 1개에 100원이었도 실제 시공에 들어갈 때는 200원으로 오를 수 있다. 이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공 업체들이 지게 된다. 자재값 변동은 평소에도 어느 정도 있지만 지금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서는 피해 규모가 극대화된다. 특히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공사는 기업들을 보호해줄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조차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자재값 고공행진이 언제 진정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선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구리는 철과 함께 전기산업에 가장 중요한 자재다. 그러나 수급은 전적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물건이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대외 여건에 취약한 셈이다.

지금의 품귀 현상이 진정될 때까지는 모든 업체들이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전기산업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중요도를 생각한다면 업체들을 보호할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논의돼야 한다. 그나마 공공공사의 경우 에스컬레이션이라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있지만 민간공사는 이마저도 부재하다. 비상상태가 이번이 끝이란 법은 없다.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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