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우리 앞에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얼핏 보면 판도라 상자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상자 속에는 약단지가 있다. 이 단지 안에는 보약이 가득하다. 하지만 뚜껑이 강력하게 밀봉되어 있다. 그리고 시한이 설정되어 있다. 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 시간 안에 열면 보약이지만, 늦게 열면 독약으로 변한다.

보약도 단순한 보약이 아니고, 독약도 그저 그런 독약이 아니다. 이 약을 제대로 먹으면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연도 건강하게 해준다. 황폐해져 가는 환경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가 정상화된다. 이 약을 먼저 먹은 국민은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그 국가의 위상은 높아지고, 그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은 우뚝해진다. 탐욕과 분노로 가득 찬 무한경쟁의 수레바퀴가 멈추고 상생과 연대와 협력의 기운이 충만해진다. 사납고 차가웠던 마음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사랑과 자비가 봄 햇살처럼 대지를 비추게 된다.

하지만 때를 놓쳐 뒤늦게 먹게 되면 살을 저미는 고통에 빠지게 된다. 황폐해져 가는 환경은 극도로 망가져 각종 생물은 물론 인간마저 살기 힘들어진다. 기후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하늘은 으르렁거리고, 성난 파도는 대지를 할퀴고, 땅은 비포장도로처럼 흔들리다가 갈라져 붉은 화염을 내뿜게 된다. 때를 놓치거나 뒤늦은 국가와 기업들은 세계 속에 지탄을 받고, 그 경쟁력은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해외에 물건을 내다 파는 길이 막혀 모두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한 채 내버려 두면 일정 시간이 지나 폭발한다. 분노한 마음에 망치로 깨트려도 폭발해 버린다. 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만큼 강력하다. 핵폭탄 수만 발이 동시에 터진 것과 같이 엄청난 대폭발이다. 여러 생물종 뿐만 아니라 인류마저 절멸할 수도 있다. 그동안 인류가 이뤄온 찬란한 문명과 문화도 베수비오 화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폼페이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그 비밀스러운 상자 안에 든 것은 RE100 이라는 신묘한 물건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시한 설정된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그 상자를 두고 세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 묘약으로 알고, 정성을 다해 밀봉된 뚜껑을 열어 많은 이들과 이를 나누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게 어디 있느냐. 별것 아닌 것을 호들갑 떤다”고 아예 무시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것 때문에 사달이 났다”고 열 받아 망치로 깨부수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