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극박 이어 전해질 소재시장 진출
히타치케미칼 인수 실패 뒤 직접 제조 선회
에어리퀴드와 액화수소 등 모빌리티 공급망 구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 15일 국내 유일의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 공장인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을 찾아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가운데), 박경철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 15일 국내 유일의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 공장인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을 찾아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가운데), 박경철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롯데케미칼이 오랜 고심을 끝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소, 배터리를 낙점했다. 여기에 탄소포집활용(CCU)까지 더해 친환경 분야를 확실한 미래 핵심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통해 21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충남 대산공장에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 Ethylene Carbonate)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Dimethyl Carbonate)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EC와 DMC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중 하나인 전해액에 투입되는 대표적인 유기용매이다. 양극과 음극 간 리튬이온(Li+)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리튬염을 용해시켜 리튬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EC는 산화에틸렌(EO;Ethylene Oxide)을 원료로 생산되며, DMC는 EC를 원료로 제조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에 보유한 고순도 산화에틸렌(HPEO;High Purity Ethylene Oxide)5 설비를 기반으로 향후 높은 수요가 기대되는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유기용매는 전해액 원가 비중의 약 30% 정도를 차지해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해액 소재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해 왔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소재 국산화에도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수소사업 진출 발표도 함께 했다.

롯데케미칼은 세계 최고 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화학사 에어리퀴드의 한국법인 에어리퀴드코리아(Air Liquide Kore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여수, 대산, 울산 공장에서 부생수소를 공급하고 양 사는 이를 활용해 고압 수소출하센터와 수소 충전소 공동 구축 및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모빌리티 시장을 개발한다. 또한 에어리퀴드의 액화수소 기술을 활용해 액화수소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고압 수소탱크 기술도 협업한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에 탄소포집활용(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기술을 적용한 설비를 구축해 저탄소 기반의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에어리퀴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분야 전문성 및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전세계에 120개가 넘는 수소 충전소를 설계, 구축했다.

또한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전지박을 제조하는 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를 위한 사모펀드에 29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은 지난해 9월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완료해 양극박 생산능력을 연간 1만1000t으로 확대했다. 현재 11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도 2차전지 양극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11월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연간 2만9000t으로 확대된다.

롯데 화학부문은 전부터 배터리 시장 진출을 엿봤다. 2019년 매물로 나온 일본의 배터리 소재기업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하려 했으나 당시 한일 무역분쟁이 벌어지면서 끝내 무산됐다. 당시 인수금액으로 제시된 7조~8조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 정도로 롯데의 배터리 시장 진출 의지는 확고했다. 또한 안전성이 높은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도 연구개발했으나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성능에 밀려 상업화에 실패했다.

롯데그룹 화학BU는 지난 2월 친환경 사업전략 ‘Green Promise 2030’ 이니셔티브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성장 등 추진과제를 공표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지난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방문하며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에서 신규사업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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