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라지는 탄소중립 이슈의 소용돌이 속
기업들 생존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 투자 ↑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글로벌 에너지 전환 부문 투자금액은 501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 투자금액은 5013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는 3035억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61%)을 차지했다.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등 수송부문이 1390억달러(28%)로 그 뒤를 이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태양광 투자가 전년 대비 12% 상승한 148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해상풍력은 500억달러로 전년대비 56% 상승했다.
또 배터리와 ESS에 36억달러, 탄소포집 및 저장(CCS)과 관련된 투자는 전년 대비 212%나 증가한 30억달러를 기록했다. 녹색수소에도 15억달러가 투자됐다.
반면 석유·가스 관련 기업들의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쉘, 토탈, 렙솔 등 석유·가스 기업들의 투자 분야는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이었고 CCS, 바이오연료 등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유럽이 글로벌 투자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에너지전환 투자는 1348억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853억달러로 두 번째로 많은 투자금액을 달성했다.
기업들은 주식시장과 채권발행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했는데, 전 세계의 100대 주요 청정에너지 기업들의 주가지수 WilderHill NEX는 1년 동안 142% 성장했다. 반면에 석유 주가를 나타내는 NYSE Arca 석유지수는 38% 하락했다.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탄소중립이 글로벌 이슈가 되면서 국가마다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를 위한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저발전으로서 큰 역할을 해오던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수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석탄과 석유, 재생에너지 사이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는 가스를 두고는 기업들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향후 5~10년 사이에는 호황을 이룰 것이 분명한데 그 이후는 가스도 지금의 석탄처럼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과연 될까’ 했던 게 이제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어 너무 빠른 변화에 놀라고 있다”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려움도 크지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