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환 홍익대 교수 “유연성 부족한 원전 부적합”
vs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원전 없는 탄소중립 허구”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전환하고, 그 전기마저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하기 위한 고군분투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에너지전환의 과도기에 서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에너지믹스를 전환하는 과도기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이 가장 뜨거운 화두다. ‘탈원전’과 ‘탈탄소’, 두 개의 구호가 꼭 함께 가야 할 목표인지, 혹은 결코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동상이몽일지, 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방점 찍고 에너지 정책 추진해야"

"재생E 간헐성 대응 위해 원자력・화석연료 발전 크게 줄여야"

◆“재생E 20%로 늘면 유연성 없는 원전은 ‘가동 불가능’”

“탈탄소는 지상의 과제입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재생에너지가 일정 규모 이상 늘어나야 하고,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들어오면 유연성 자원이 필요합니다. 유연성이 부족한 원전이 기저 전원으로 부적합한 이유입니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과 간헐성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원전, 석탄발전 등과 달리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 간헐성이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크게 걸림돌이 된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본다. 필요할 때 발전 출력을 높이고 낮출 수 없는 대표적인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한국, 미국, 일본의 원전은 독일, 프랑스 등의 원전과 달리 출력조정이 어렵고 위험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원전 정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금 지어진 국내 원전을 다시 지어야 하는 셈이다.

전영환 교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가 20%까지 들어올 텐데, 출력조정이 어려운 원전 이용률을 줄이지 않으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없어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재생에너지와 석탄화력발전, 원전이 안정적인 계통을 위해 공존할 수 없으므로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화력과 원자력 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늦출 수는 없다”면서 “결국은 원전과 석탄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새로 짓기 시작한 화력발전소와 원전이 있을 만큼 준비가 늦었기 때문에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빠른 판단과 정책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재생E 보급 확대 이견 없지만 탈원전 속도 지나치게 빨라"

"재생E 해결 못한 기술적 과제 고려, 현실적 전환전략 필요"

◆“원전 있어야 탄소 줄일 수 있어” “기술낙관주의로 현실 에너지 정책 짜서는 안돼”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허구에 가깝습니다. 현 정부의 목표치대로 2050년에 가동 원전이 10개가 된다면 전체 1차 에너지 중 원전의 비중이 5%까지 줄어듭니다. 그러면 나머지 95%를 어떤 에너지로 채울 건지부터 답해야 합니다. 이 막대한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만 만들 순 없습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이 목표하고 있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독일이 유일한데, 한국이 독일을 따라가기엔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독일은 자체적으로 갈탄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인접국과 그리드가 연결돼 전력 수출입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탈원전에 대한 40여년간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다. 반면 한국은 연료 매장량이 사실상 없고, 계통도 고립돼있으며, 탈원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건 미래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차근히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할 방법으로 논의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확충, 수소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연구 개발이 필요한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특히 수소의 경우 선제적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R&D 정책의 대상이지, 현실 경제에 개입할 에너지믹스 정책에 대안으로 삼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기술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원전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걷어낸 다음에야 현실적인 에너지전환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철회’ 일본 vs ‘풍력+가스’ 영국·아일랜드

박주헌 교수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주목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고립된 전력계통,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급환경,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54개에 달하는 원전을 일제히 멈췄고, 당시 일본 간 나오토 총리는 2030년까지 ‘원전가동 제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화력발전 비중 급증으로 전기요금이 급등했고, 결국 탄소 감축과 안정적인 기저 전원의 확보를 위해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은 5기 원전을 재가동해 현재 총 9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서 선회한 배경에도 주목했다. 전통적으로 반원전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확대할 청정에너지원에 첨단 원전을 포함시켰다. 박 교수는 “미국 민주당이 50여년 만에 ‘원전 지지’로 돌아설 만큼 원전 없이는 ‘탈탄소’가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꺼낸 해법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박 교수는 SMR에 대해 “대규모 원전설비로 인한 주민수용성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적은 비용으로 짧은 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SMR이 양산만 가능해지면 수출 전망 역시 좋다”고 말했다.

한편 전영환 교수는 유럽의 ‘계통섬’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에너지전환 과정을 지켜보고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두 나라는 최근 풍력 발전과 가스 발전 위주로 에너지믹스를 전환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전영환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춰 수소경제 활성화와 ESS 설비 확충도 빠르게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봤다. 그는 “한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국가들은 ESS나 그린수소 기술이 우리보다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더 앞서 준비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우리는 세계적인 흐름을 관찰하고 잘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영환 교수는 이 같은 기술·설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LNG 가스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스 발전은 탄소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의 절반이고 출력 조정이 비교적 용이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조해줄 수 있다”면서도 “지금 건설할 가스 발전소는 향후 수소 터빈으로 빠르게 대체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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