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업뿐 아니라 정부 강력한 인센티브 필요
비용은 공짜 아냐…국민에게 알리고 고통분담 설득해야

유승훈 교수 "지난해 전체 전력생산량 29% 담당한 원전 활용도 한 방법"
차태병 부문장 "1단계 석탄대체 집중, 2단계는 CCUS 등 신기술개발 주력"
최승현 대표 "탄소국경 조정 대비 위해서 전력망 탄소집약도 개선 필요"

유승훈 교수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대규모 R&D자금 집행 선행돼야"
차태병 부문장 "SK E&S, 기업들이 RE100 이행하도록 재생E 공급에 최선"
최승현 대표 "슈나이더일렉트릭, 2025년까지 100억유로 투자…2030년 RE100 달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과제

일시 : 2021년 5월 6일

장소 : 베이비뉴스 스튜디오

패널 :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차태병 SK E&S Renewable & Energy Solution 부문장

최승현 슈나이더일렉트릭 동북아 대표

2020년 전 세계적인 COVID 19 대유행 위기 속에서도 많은 국가들은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2060년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선언은 2020년 7월 발표된 그린뉴딜과 함께 온실가스를 과감하게 줄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화석 에너지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한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정체됐기 때문이다.

올해 에너지 분야의 최고 핵심키워드는 바로 탄소중립과 함께 ESG경영이다. 기후변화, 사회계층간 양극화, 코로나19 등 비재무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추구하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가 새로운 경영·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도 환경을 중시하는 ESG경영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탄소중립과 ESG 경영을 주제로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우리 정부와 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연간 510억t이나 되는데 과연 탄소중립, 즉 넷제로가 가능한지. 다른 나라들의 탄소중립 계획과 현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승훈 교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만들어 더 이상 온실가스가 늘지 않는 제로 상태를 탄소중립, 넷제로(Net Zero)로 합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7억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중 2050년까지 6억6000만t 정도를 줄여 4000만t만 배출하고, 배출되는 4000만t은 산림에서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워 현재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 중입니다. 영국은 2019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가장 먼저 법제화한 나라입니다. 지난해 4월에는 EU도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그린딜을 발표했죠. 또 지난해 9월엔 중국마저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10월에는 일본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미국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현재 이행 중입니다. 영국처럼 일부 국가는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반면, 일부 국가는 법제화 없이 선언만 한 상황인데 법제화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 = 유럽 국가들은 이미 탄소중립에 앞서가고 있고,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앞으로 탄소 국경세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6억600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기업이나 국가의 어려움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최승현 대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에게는 분명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탄소국경조정은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자국 산업의 부담 비용을 수입품에도 부과해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공정환경을 조성하려는 제도입니다. EU는 2023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6월까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미국도 곧이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한전 경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부문에 큰 영향이 예상됩니다. 또 전력 부문이 가장 큰 화두인데 탈탄소화가 국가적인 대응전략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망의 탄소집약도 개선이 탄소국경조정의 면제 조건으로 고려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현재로서는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탄소배출량을 파악하고 난 후에는 절감할 수 있는 방안과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죠.

▲차태병 부문장= 최 대표님 말씀대로 탄소중립은 우리 기업들에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더군다나 에너지를 많이 쓰는 다소비 업종이고, 수출 주도형 경제입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산업 부문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55% 정도를 차지하죠. 산업 부문이 사용하는 전력량만 전체 탄소배출량의 20%를 차지할 정도에요. 산업체가 갖는 부담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딱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겁니다. 현재 기업 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RE100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RE100은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인데, 작년에 SK그룹이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고, 추가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정상의 혁신입니다. 화학 공정이든 제철 공정이든 모든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마지막은 그래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초기단계이고, 많은 비용과 신기술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탄소중립을 하려면 오히려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게 전기를 만들려면 원자력, 해상풍력, 수소, 탄소포집,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등 다양한 혁신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제로 탄소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유승훈 교수 = 탄소중립을 위해선 1차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화가 필수적입니다. 2019년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1차에너지인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조금 더 사용하고,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지연시키겠다고 했는데 탄소중립이 선언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전기사용량을 늘리면서 탄소중립을 이행하려면 깨끗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역시 재생에너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부족한 편이에요. 국토 이용률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태양광을 마냥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정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였다는 장점을 활용해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죠.

우리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원자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량의 29%를 담당할 정도로 원전은 아직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정부가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중요한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 중 온실가스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인 포스코는 철강제품을 철광석에서 철을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탄소를 화학적으로 환원제로 사용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죠. 언제 완성될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10년 내로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게 되면 철강 부문에서도 탈탄소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차태병 부문장= 교수님 말씀대로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그리고 화력발전소에다 CCUS 기술 적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어느 것 하나 뾰족한 위닝솔루션은 없습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죠.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에 있어 석탄이 40%를 담당하고, 원자력과 가스가 각각 25%씩, 재생에너지가 7% 정도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탄소중립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을 조속히 대체하는 일입니다. 2050년까지 30년 남았는데, 저는 2단계로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15년간은 석탄을 대체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검증된 기술인 태양광, 풍력을 지금보다 3~5배 정도 빠르게 보급하고, 간헐성 문제는 대규모 전력저장장치와 전력계통의 보강, 수소 저장 등을 통해 풀어내야 합니다. 특히 에너지저장과 관련해서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발전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단계로 나머지 15년간은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상용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존 원자력을 차세대 원전인 SMR 상용화에 활용한다든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해야 합니다.

▲최승현 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원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전은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가 치명적 약점인 만큼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방안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신재생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단위로 구축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나마 해상풍력은 대단위 에너지원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그것도 수심이 낮은 서해안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해안은 수심이 깊어 해저 플랫폼을 만들기가 쉬운 구조가 아니죠.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지금 추진 중인데 이 부분도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탄소 포집·저장하는 기술은 국내에서 5~10MW 소형 사이즈로 실증단계를 거쳤는데 문제는 대용량 기술과 경제성 부분입니다. 비용이 워낙 많이 드는데다 지질구조 특성상 우리나라는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곳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30년 정도를 내다 보면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에 정부와 민간 기술이 협력해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최근 경영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과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동참하고 있고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RE100, EV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 중인가요.

▲차태병 부문장= 에너지기업 입장에서 ESG는 얼마만큼 깨끗하고 값싸면서 안전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 ESG 경영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경영 용어가 아니라 에너지기업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돼 있죠. 이미 기업 주가에 재무 실적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 가치가 깊게 반영돼 평가받고 있기도 하구요. 저희 SK E&S는 그룹내 친환경 전문 에너지기업 위상에 걸맞게 현재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친환경 LNG, 수소 등 포트폴리오 빠르게 재편 중입니다. 특히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원가경쟁력이 탁월한 유틸리티급 대형 발전단지 사업을 개발 중입니다. 이를 통해 손쉽게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하도록 재생에너지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새만금에 200MW급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을 추진 중이고, 전남 신안군에서는 900MW급 해상풍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총 7GW급 재생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ESS와 청정수소사업에도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최승현 대표= 먼저 글로벌 기업 현황을 보면, 애플, MS, 코카콜라, 페이스북 등은 이미 2019년도 또는 그 이전에 RE100 달성했습니다. 방법은 직접 신재생발전단지 건설, PPA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 REC 인증서 구매 등이 있죠. RE100뿐만 아니라 EP100이나 EV100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100개 이상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유엔글로벌콤팩트에서 주관하고 있는 Business Ambition For 1.5℃라는 이니셔티브에도 190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여 중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도 RE100이나 다른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2025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에 10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탄소중립, 그리고 에너지 생산성을 2005년 대비 2배로 늘린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한 4가지 전략은 우선 기존의 생산성과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두 번째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세 번째는 인증서 구매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마지막 네 번째는 공급망까지 협력해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것입니다.

▲사회= 탄소중립이든 ESG경영이든 결국 문제는 엄청난 비용입니다. 기업 스스로 활로를 찾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텐데요. 탄소중립과 ESG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유승훈 교수=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탄소중립은 굉장히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정부의 세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탄소세가 부과되면 전기요금도 올라갈 겁니다. 기업들도 탄소중립 또는 ESG 경영을 위해선 생산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죠.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의 절반 이상이 세금과 각종 부담입니다. 이를 재원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탄소중립을 이행 중이죠. 덴마크도 슈퍼마켓에 가면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와 상온 음료수 가격이 30~40%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차이는 전기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죠. 전기요금이 비싼 이유는 바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의 재원이 바로 전기요금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전통산업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데 정부가 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고 전기차 시대가 들어서면 자동차업계 노동자가 엄청나게 줄어들죠. 또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발전으로 바꾸면 온실가스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겠지만, 발전소 운영인력도 절반으로 줄어들거든요.

세 번째는 정부가 국가 R&D 자금을 탄소중립을 이행하는데 대규모로 집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이행 기술 수준은 아직까지 많이 낮아요. 결국 기업이 대규모 연구개발에 나서서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그나마 괜찮은데 중소기업은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어서 R&D에 투자하기 힘든 상황이죠. 정부가 우리만의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차태병 부문장= 탄소중립을 위해선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에너지전환 초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라든지 제도정비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RE100을 선언한 애플, 아마존 등의 기업들이 과연 착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린 걸까요? 미국에서는 ITC(투자세액공제, investment tax credit)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입할 때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죠. 기업입장에서는 절대 손해가 아니고,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사는 것보다 싸거나 대등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다 보니 충분히 실천가능한 방안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죠.

우리나라에서 RE100을 선언하면 추가적으로 전기요금을 더 내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 정도는 감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최대 2배까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배출권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든가, 신재생발전의 경우 송배전 요금을 5~10년 정도 한시적으로 면제시켜줘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기업이 전기요금을 더 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부도 그에 걸맞는 제도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각종 규제와 인센티브, 예산 지원 등 탄소중립을 향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승현 대표=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전이 보유한 전력망의 탄소집약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했으면 합니다.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은 일개 기업 차원에서 진행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개발이거든요.

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의 지속성이나 일관성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변화가 있으면 관련 산업이나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우리의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이 글로벌 차원에서, 즉 EU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유승훈 교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탄소중립은 공짜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상당한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논의가 충분이 있어야 합니다. 또 EU, 미국 등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공정한 전환을 많이 얘기합니다. 공정한 전환의 핵심은 기존의 일자리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하죠. 우리도 공정한 전환을 거쳐 탄소중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태병 부문장= 7억t이 넘는 탄소를 0로 만들겠다는 건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모두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죠. 미국은 최근에 단독주택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커뮤니티 솔라 개념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단독주택 비중은 낮지만 태양광발전소와 대규모 수용가(아파트 단지)를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RPS 제도와 RE100, 커뮤니티 솔라를 합치면 전 국민이 탄소중립에 참여하게 되는 의미 있는 실천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승현 대표= 탄소중립이 국내 기업들에게 굉장한 부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탄소중립의 가장 큰 부분이 기존의 생산이나 에너지원의 효율향상이기 때문에 IOT 기술을 가지고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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