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폭스바겐 내재화 이어 포드도 가능성 열어놔
천문학적 투자와 시간 필요, 배터리 업체와 합자 불가피
박철완 교수 “끊임없는 경쟁력 발전 없으면 합자 중단”

미국 포드사의 배터리 관련 직원들이 연구용으로 제작한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포드사의 배터리 관련 직원들이 연구용으로 제작한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합자 형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Ford)는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연구소인 아이온 파크(Ion Park)를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연구소에서는 배터리의 셀부터 팩, 제조공정, 재활용 등 전 부문에 걸친 연구가 이뤄지며 총 1억8500만달러를 투자해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포드의 배터리 연구소 설립은 배터리를 단순히 OEM(외부 주문제작)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포드는 배터리 분야를 수직적 집적화(Vertically Integrated)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 OEM에 머물지 않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며, 추후 내재화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는 트렌드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 전기차 생산 1위 테슬라는 2030년까지 3T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3월 세계 자동차 생산 1위 폭스바겐그룹도 2030년까지 총 2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해 수요의 80%를 내재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이며,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라는 점에서 내재화 트렌드는 일단 국내 업계에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투자는 물론 상당한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배터리 업체와 합자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를 개발할 수는 있으나 이를 상용화까지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업체와 합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 기존 거래업체와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점에서 국내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합자 형태라도 외부 제품의 성능이 더 우수하다면 얼마든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경쟁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닛산이 NEC와 배터리 합자사 AESC를 설립했으나 외부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자 사업을 중단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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