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더이상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부적합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폐배터리로 분류돼 버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80%의 잔존성능을 다시 활용하는 재사용(Reuse)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성능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Recycle) 시장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는 1차적으로 수명이 다 했더라도 이후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폐배터리가 아닌 사용후 배터리로 불리고 있다.

글로벌적으로 지난해 전기차(EV+PHEV)는 324만대가 판매되면서 누적 보급량이 1000만대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급 대수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14만7700대를 넘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이 2017년 1t을 시작으로 2022년 261t, 2029년 1만8758t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연합은 사용후 배터리를 통해 아시아에 뺏긴 배터리 주도권을 탈환하려 하고 있다. 배터리 원료의 윤리성, 탄소발자국, 재활용도 등을 대폭 강화해 무역장벽을 구축함으로써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사용후 배터리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반드시 활성화되는 시장이고 그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시장도 뺏기지 말아야 한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있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관리는 더욱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경제성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한 기준이 제정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이를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 사업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표원의 보수적 접근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유망한 시장 창출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표원과 민간업계의 조율을 통해 경제성을 가지면서도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기준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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