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2018년 6100만달러→2025년 78억달러
국내 내년부터 본격 발생, 2029년 7.9만개 쏟아져
유럽 2023년 관련규제 시행…국표원 기준 마련 준비

폭스바겐 직원들이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 직원들이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지난달 16일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은 파워데이 행사를 통해 깜짝 발표를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총 240GWh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구축해 자체 수급하는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국내 시장과 언론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사실 이날 또 다른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바로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1월 독일 잘즈기터(Salzgitter)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으며 배터리팩에 있는 재료의 95%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폭스바겐만의 계획이 아닌 유럽연합 전체 계획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은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사용 기준 및 규제를 담은 친환경 배터리 규제안을 2023년 발효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수명이 다 한 사용후 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주도권 싸움도 시작되고 있다.

◆코나EV 리콜 배터리로 수십만개 제조 가능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 누적 보급량은 1000만대를 돌파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3월까지 14만7700대가 누적 보급됐다.

전기차의 수명은 대략 10년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수명은 배터리의 성능에 좌우되는데 대략 10년이 지나면 배터리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져 더 이상 전기차 동력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폐차 처리된 전기차에서 탈거된 배터리를 폐배터리로 불렀다. 말 그대로 더 이상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후 배터리’로 불리고 있다. 80%의 잔존성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더 이상 성능이 남지 않더라도 재활용을 통해 유가금속을 회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는 2018년 6100만달러에서 2025년 78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정부 전기차 보급목표를 토대로 사용후 배터리가 2017년 3개(1t)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 1099개(261t)로 본격적으로 발생하며 2029년에는 7만8981개(1만8758t)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사용후배터리 시장은 크게 재사용(Reuse), 새활용(Upcycling), 재활용(Recycling)으로 나뉜다.

재사용은 기존 배터리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새활용은 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한 뒤 이를 재조립해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무정전전원장치(UPS)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 새활용 시장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글로벌 리콜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EV 등 자사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자 국내 2만6700대를 포함해 글로벌 총 8만1000여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무상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코나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64kW이므로 단순 계산으로 국내에 나오는 사용후 배터리 규모만 약 1.7GW, 글로벌 규모는 약 5.2GW가 된다. 배터리 한 팩당 수 십개의 제품 제조가 가능하므로 이번 리콜로 만들 수 있는 사용후 배터리 제품은 수십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용은 더 이상 배터리로서의 성능이 발현되지 않는 제품을 대상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재활용 금속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재활용 시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3년 발효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친환경 배터리 규제안을 발표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충전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및 모든 산업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 또한 2026년부터는 지켜야 하는 탄소발자국의 상한선을 정할 방침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KEI)가 추정한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원(KEI)가 추정한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LG·SK·현대차 수익모델 만들기 한창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사용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제도 및 사업모델 마련에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 정책을 통해 사용후 배터리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한 사용후 배터리 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글로비스, KST모빌리티와 함께 전기택시 배터리 렌털 및 사용후 배터리로 ESS를 제작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 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주행거리(연간 약 7만km)가 길어 2~3년 내에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므로 배터리 렌탈 사업모델에 적합하다. 택시회사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고, 배터리 가격을 제외한 값에 택시를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 산하 배터리 재사용 기업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의 지분을 취득해 중국 폐배터리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배터리 금속 재활용기술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가 지정 연구기관인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로부터 배터리 생애주기 평가 (LCA)를 통해 친환경성을 검증받았다.

현대차그룹은 한화큐셀과 전기차 배터리의 태양광 연계 ESS 재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OCI파워와 사용후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협력하기로 하고 OCI스페셜티 공주공장의 727kW 규모 태양광발전소에 현대차그룹의 사용후 배터리로 만든 300kWh급 ESS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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