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시작된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이어 탄소중립 정책으로까지 확대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전력망 마스터 플랜 수립을 주문하였다. 정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는 이미 이루어 졌고 구체적으로 이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할 때이다.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예를 살펴보면, 해당 국가들은 미래 전력망의 발전원중 재생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기에는 50%, 장기에는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며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초저관성 전력망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전력망 종사자가 풀어 내야할 숙제인 것처럼 보인다.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 (FFR, Fast Frequency Response) 자원

전력망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사고 시 주파수가 하락하는 정도에 따라 전력망이 어느 정도 안정한지를 판가름하게 된다. 따라서 사고에 따른 발전기의 예고치 않은 정지에도 주파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전력망을 제어 할 수 있는지가 망 안정성 유지에 핵심이 된다. 따라서 신뢰도 고시에는 사고시 주파수의 급격한 변화에 응동해 주파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파수 변동 10초 이내에 동작할 수 있는 1차(Primary Frequency Response) 예비력 자원을 정의하고 있다. 일반 동기발전기의 조속기 운전과 ESS의 주파수 추종운전 자원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초저관성 전력망에서는 1차 예비력 자원을 늘리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사고시 주파수를 안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차 예비력 자원이 응동하는 10초 보다 훨씬 빨리 주파수 변화에 응동하는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 (FFR, Fast Frequency Reseponse)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은 호주와 미국, 유럽 국가들에서는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자원을 정의하고 전력망에 이런 기능을 갖춘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초속응성 에너지저장장치 (FFR ESS)가 널리 적용되고 있으며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가상관성 (Synthetic Inertia) 기능을 탑재한 풍력 발전설비의 역할을 그리드 코드 (우리의 신뢰도 고시)에 명시 하였다. 특이한 사례지만, 텍사스에서는 부하를 초속응 제어하는 FFR Load Resource가 (우리는 Fast DR로 부름) 초속응성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자원으로서의 에너지저장장치 (FFR ESS)

정부는 신뢰도 고시의 주파수 유지기준을 바탕으로 미래의 주파수 안정도를 전망하고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적정 방안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이후에는 1차 예비력 추가확보를 통한 주파수 하락 개선효과는 미미해 1차 예비력의 양적 증가 (현행 1GW에서 5GW) 만으로는 주파수 안정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 한다.

한편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자원으로서 FFR ESS를 도입해 중장기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도를 전망한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0GW 수준일 경우 이에 대한 신뢰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1.0GW 이상의 ESS가 설치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30GW 수준일 경우 신뢰도 기준 준수를 위해 2GW 이상의 FFR ESS가 필요할 것이라 한다.

송전선로 건설지연으로 인한 전력망 제약 해소에도 도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이행 방안을 담는 송변전설비계획에서는 전력계통 안정도 향상과 현재 시급히 풀어야 하는 발전 제약 완화를 위해 1.4GW의 계통안정화 ESS 구축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ESS의 초속응성을 활용하게 될 계통안정화 ESS 구축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송전망 건설 지연에 따른 발전제약을 완화 시키고 송전망 건설이 완료된 이후인 중장기 전력망에서는 초속응성 주파수 응동자원으로 초저관성 전력망의 주파수 조정 능력 확보 수단으로 자리하게 된다. 송전망 건설 지연에 따른 발전제약비용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재생발전원 확산에 따른 미래의 초저관성 계통환경 변화에 대비한 주파수 조정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축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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