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합의 후 소·부·장 주가 급상승
LG·SK 대규모 신증설, 발주도 크게 늘어나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에이프로 함박웃음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셀 품질 테스트를 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셀 품질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간의 배터리 분쟁에 전격 합의한 이후 양 사의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 분쟁 종결의 수혜자는 따로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로 양 사에 납품하는 소재, 부품, 장비 업체이다. 리스크를 제거한 LG와 SK가 대규모 신증설에 나서면서 소재, 부품, 장비 발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SK 분쟁 종결 후 주가 10% 이상 급등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주말(11일) 배터리 분쟁 합의 이후 대폭 올랐다.

LG엔솔의 모기업인 LG화학 주가는 12일부터 14일까지 81만2000원에서 89만7000원으로 10.5% 올랐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3만8000원에서 27만6500원으로 16.2% 올랐다.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 소송을 벌여왔다. 올해 2월 11일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SK 패소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조치로 SK에 대해 향후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관련 부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SK는 ITC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판결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정식 요청했다.

미국 행정부는 거부권 행사 마감시한인 현지시간으로 11일보다 하루 전인 10일에 양 사의 전격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 조건은 SK가 LG에 배상금으로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2조원을 지급할 것, 양 사는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할 것, 양 사는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을 것이다.

LG와 SK는 분쟁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한테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경쟁하듯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분야에서 중국을 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연방정부 차량 64만5000대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목표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LG는 GM과 오하이오주(35GWh) 합작공장에 이어 테네시주에 추가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며 2025년까지 독자적으로 5조원을 투자해 70GWh 생산규모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는 현대차와 합작으로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장 건설도 준비하고 있다.

SK는 3조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21.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에 이어 추가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지동섭 SK 배터리부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협의해 3, 4공장 증설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제는 전략적으로 선투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차가 전기차 화재로 국내 2만6700대를 포함해 글로벌 8만2000대의 배터리를 무상교체하는 리콜을 진행하고 있어 배터리 공급을 맡은 LG로서는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양극재 등 소재, 부품, 장비 발주 대폭 증가 예상

이 같은 LG, SK의 대규모 신증설에 소재, 부품, 장비 발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해당 업체들은 그야말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소재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양극재는 배터리 에너지양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 주행거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원가에서도 40%를 차지한다.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로는 에코프로비엠, 엘엔에프, 포스코케미칼이 있다. 3사의 주가는 분쟁 종결 후 크게 올랐다.

12일 시작가부터 14일 종가 기준으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6만6300원에서 18만5900원으로 11.8% 올랐다. 엘앤에프 주가는 8만8900원에서 9만7800원으로 10% 올랐으며,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16만10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5% 상승했다.

특히 3사는 공격적으로 양극재 생산 증설에 나서고 있어 실적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 생산규모는 지난해 4만t에서 올해 CAM5 2만t 추가, 2022년 CAM6 3만t 및 CAM5N 3만t 추가로 2022년까지 12만t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올해 4만t에서 2022년 8만t으로 두 배로 늘고 이후로도 증설이 이어질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5만t에서 2022년 6만5000t, 2023년 9만t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사의 실적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른 에코프로비엠 매출은 지난해 8547억원에서 올해 1조3351억원으로 5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48억원에서 928억원으로 6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LG-SK 배터리 분쟁 종료로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고객사향 공급 물량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며 “이번 배터리 분쟁에서도 봤듯이 배터리 생산 및 특허 등의 이슈가 있기 때문에 신규로 진입하는 유럽 배터리업체들이 2~3년내에 쉽게 대량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엘앤에프 매출은 지난해 3561억원에서 올해 7124억원으로 10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240억원으로 15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2월 총 850억원의 자본조달 발표를 통해 모두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추가 은행 차입을 통해 향후 2만~3만t의 증설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니켈 90%의 NCMA 선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엔솔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소재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실적 성장을 보여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조5662억원에서 올해 2조736억원으로 32.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603억원에서 1367억원으로 12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유일의 양·음극재 동시 생산이 가능한 업체로 향후 수주 경쟁에서 타 업체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재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국면에서 일원화된 소재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셀 업체들에게 분명한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얼티움셀즈향 양·음극재 동시 수주가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소재업체 한 관계자는 “LG와 SK가 분쟁 종결 이후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극재 등 소재, 부품 발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타 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계획한 증설을 적기에 완료해 공급을 하면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활성공정 장비업체인 에이프로도 분쟁 종결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활성공정은 제조가 다 끝난 배터리에 전기를 주입해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결함도 찾아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배터리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으로도 불리고 있다.

에이프로는 매출의 95%가 LG엔솔에서 발생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LG엔솔의 해외 거점인 중국, 폴란드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으며 곧 미국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에이프로 주가는 12일 시작가 4만2900원에서 14일 종가 4만7900원으로 11.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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