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지중개폐기 400억 규모 연간단가 11월 종료
내년 6월까지 유예기간 부여…친환경 개발 촉구
업계 “전환 속도 너무 빨라…업계 상황 고려해야”

한 개폐기업체가 공급 중인 25.8kV 가스지중개폐기 제품 사진(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한 개폐기업체가 공급 중인 25.8kV 가스지중개폐기 제품 사진(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한전이 가스지중개폐기의 구매를 중지하겠다는 방침을 업계에 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전은 친환경 품목 개발기간을 고려해 1년여간 구매중지를 유예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품목 전환이 어려운 공급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25.8kV 가스지중개폐기 공급사들에 ‘배전 지중개폐기 운영방안 개선안 사전 안내’라는 공문을 송부, 해당 품목의 구매중단 및 친환경 전환 방침을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절연매질로 사용되는 육불화황(SF6) 감축이 ‘전력기자재 친환경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전이 송변전 분야에 이어 배전급까지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선안은 가스지중개폐기의 연간단가계약을 오는 11월까지만 유지한 뒤 총가계약으로 전환하고, 이후 고체절연·드라이에어(dry air) 절연 개폐기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한전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가스지중개폐기가 단일 품목 중 가장 많은 공급사가 등록된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전환 계획 수립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고, 구매중단 이후 사용될 친환경 품목의 규격마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가스지중개폐기의 연간단가 규모는 400억 여원으로 40곳 수준의 업체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 개폐기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품목 전환 전례로 볼 때 한전이 신품목 규격이 확정되기도 전에 전환방침부터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그 흔한 공청회나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친환경 전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또 다른 개폐기업체 관계자는 “지금 당장 친환경 품목 개발에 착수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동안 가스지중개폐기 보유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대체품으로 지목된 고체절연(에폭시 몰드) 지중개폐기 보유사의 경우에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고체절연 품목 보유사 관계자는 “한전은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고체절연 제품을 드라이에어 제품과 병행 사용하겠다고는 했으나 경제성이 확보돼야만 구매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며 “고체절연 제품이 드라이에어 대비 단가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구매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한전은 해당 개선안은 잠정안으로 향후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큰 틀의 전환 계획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변전 분야에 관련 제품이 공급된 지 상당 시일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전급의 친환경 전환은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라며 “최종 개선안은 오는 5~6월 중 발표될 예정이지만 공급사들이 친환경 개발에 조속히 착수해주길 요청드리기 위해 잠정안을 사전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이에어를 적용한 친환경 품목의 구매규격도 오는 5월 중 공개할 계획”이라며 “해당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