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거부권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
미국 일자리 보호, 중국 전기차산업 대응
"이제부터 양 사 배터리 협업 공조해야"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정확히 2년이 소요된 LG에너지솔루션(LG)과 SK이노베이션(SK)의 배터리 분쟁이 극적 합의로 끝나게 됐다. 이번 합의는 겉으로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LG의 승, SK의 패로 보여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승리, 파우치 진영의 승리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형태는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으로 나뉘는데 중국과 폭스바겐이 각형을 채택하고, 테슬라가 원통형을 채택해 파우치형의 위기론이 나온 바 있다.

11일 미국 언론 및 국내 업계에 따르면 LG와 SK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마감시한 하루를 앞두고 배터리 분쟁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행정부의 적극 중재로 이뤄졌으며 최종 합의문은 SK 이사회가 끝나고 오후에나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영업비밀 침해뿐만 아니라 특허침해 소송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2년간 치열하게 진행된 양 사의 배터리 분쟁이 모두 끝나게 됐다.

2019년 4월 LG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건으로 제소했다. LG는 SK가 자사 배터리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22건의 영업비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9월 SK는 ITC에 LG를 상대로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고, 며칠 뒤 LG도 SK를 상대로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양 사가 ITC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2020년 2월 ITC는 영업비밀 침해소송 중간판결에서 SK 패소 판정을 내렸다. 증거개시 과정에서 SK의 증거인멸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는 자동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청해 다시 심의가 이뤄졌으나 올해 2월 최종판결에서 SK의 패소 판정은 이어졌다.

ITC는 LG의 주장을 모두 인용해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이에 대한 조치로 앞으로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관련 부품의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단 공급계약을 맺은 폭스바겐과 포드 공급물량에 대해서는 각각 2년, 4년의 유예조치를 내렸다.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을 투입해 총 21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수입금지 명령이 실행되면 사실상 공장 가동은 중단된다. SK는 공장가동이 중단되면 조지아주의 2600여명 일자리 상실은 물론 미국 전기차 보급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판결일 이후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마감시한이 현지시간으로 11일이다.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양 사의 극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행정부는 양 사의 중재를 계속 이끌었고 결국 중재가 성사됐다. 이는 LG나 SK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 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약속했다. 미국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포드는 각각 LG와 SK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때문에 원활한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LG와 SK가 모두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해야 한다.

LG는 이미 미시건주에 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은 운영하고 있으며 오하이오주에 미국 GM과 합작으로 30GWh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배터리 형태인 파우치형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배터리는 외관 형태와 포장재질에 따라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이 있다.

중국은 각형을 채택하고 있고 최근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도 중국시장을 감안해 각형으로 일원화했다. 또한 테슬라는 원통형을 채택하고 있다.

파우치형의 대표 주자인 LG와 SK가 분쟁에 몰두하는 사이 파우치형이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게 됐다.

이번 합의로 파우치형이 다시 시장 우위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정확한 것은 합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합의 자체는 파우치형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양 사가 파우치 배터리의 시장 확대를 위해 공조와 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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