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나지운 기자]지난 4월 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참여연대,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근로자대표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1월 6일 근로자대표의 선출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다.

그런데 근로자대표제도가 무엇이길래 이런 야단법석을 떨까?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사업을 운영하는 대부분 중소기업 사업주들도 근로자대표제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들어 탄력적근로시간제 노사합의 등으로 근로자대표제도가 언론에 부각이 되긴 했지만, 그동안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 사업장으로 구성된 전기공사업체들의 경우는 이 제도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로자대표제도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가 노동조합을 대신해 해고, 근로시간, 휴일, 휴게, 휴가 등 중요한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자와 합의할 수 있고 그 합의의 효력은 전체 근로자들에게 미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탄력적근로시간제에 관한 합의(제51조제2항), 선택적근로시간제에 관한 합의(제52조),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에 관한 합의(제53조 제3항), 휴급휴일 대체에 관한 합의(제55조제2항), 보상휴가제에 관한 합의(제57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 관한 합의(제59조), 유급휴가 대체에 관한 합의(제62조) 등 8가지 사항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사용자 간에 서면합의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정사항은 아니지만 복리후생에 관한 합의, 상여금 지급에 관한 합의, 수당 신설 및 삭제에 관한 합의 등 근로조건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사용자 간에 합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들이 근로자대표에게 이러한 사항에 대해 사용자와 합의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야만 가능하다.

근로자대표와 합의하지 않고 개별 근로자와 직접 합의하면 효력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없이 개별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서상에 연차대체합의, 휴일대체 합의, 보상휴가 합의 등의 합의사항을 넣는 것으로 법적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법 위반이며 그 효력도 인정받을 수 없다.

예컨대, 연차대체에 관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근로계약서상에서만 연차대체조항을 넣고 서명날인을 받아온 사업장에 근로감독이 나오게 되면, 해당 사업장은 연차대체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전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과거 3년 동안 대체한 연차 일수를 계산해 연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도록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근로자의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금액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대표제도는 법정화된 제도이므로 법에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도록 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면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 임기, 책임 범위 등에 관해 법에서 정한 바가 없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근로자를 근로자대표로 사실상 지명하고 형식적으로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서명을 받는 식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임기도 별도로 두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는 해당 근로자대표가 퇴직시까지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근로자대표제도가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행사하지만, 과반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노동조합보다 근로자대표의 권한이 더 막강하고,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합의해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근로자대표제도는 사업장의 인사노무관리의 적법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다만, 그 선정의 공정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될 경우 노사화합을 해치고 종국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자가 근로자대표로 선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정과정에 사용자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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