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다 쓴 전기차 배터리 쏟아져
80% 남은 성능으로 전기차‧ESS 재사용
규제샌드박스 총괄사업자 선정 실증 진행
박재홍 대표 “2~3년후 서비스‧후방사업 중요”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최근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가 전기차(EV+PHEV)이다. 전 세계 전기차 보급량은 지난해까지 대략 1000만대를 넘었고 우리나라도 올해 3월까지 14만7700대가 보급됐다.

전기차 보급이 대략 2011년부터 시작됐고 운행기간이 10년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2022년부터 폐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폐전기차에는 일반 폐차와 달리 안에 숨은 보석이 있다. 바로 배터리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책임지는 배터리는 그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더이상 전기차 배터리로서의 역할은 끝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배터리는 여전히 80%의 성능을 갖고 있어 이를 다시 활용하는 움직임과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다 쓴 배터리를 다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후 배터리’라고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는 2018년 6100만달러에서 2025년 78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재홍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피엠그로우(PMGROW)는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배터리 관리 및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선도업체이다.

피엠그로우의 사업영역은 ▲전기차 배터리 및 ESS 시스템 설계, 제조, 운영, 유지보수 ▲전기차 배터리 충전관리시스템(EV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전력기반 SW 개발 및 시스템 통합 ▲전기차 멤버십 서비스이다.

피엠그로우는 2019년 기준 매출 65억원에 4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아직은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갖고 있는 역량과 잠재력은 글로벌 기업 못지 않다.

피엠그로우의 핵심 역량은 배터리 관리 기술과 데이터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팩 제조부터 전주기 관리, 사용후 배터리를 통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잔존성능 평가 장비.
배터리 잔존성능 평가 장비.
피엠그로우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및 통신 모뎀을 통해 자체적으로 공급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전주기에 걸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1차적으로 성능이 다한 사용후 배터리에 대해서도 정확한 성능 평가를 통해 재사용(Reuse)을 한다. 재사용 분야는 다시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하거나 다양한 용도의 ESS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박재홍 대표는 “현재 60대의 전기버스에 배터리팩 제품을 공급했고 이 가운데 40대는 나중에 사용후 배터리로 제작한 제품으로 교체한 실적을 갖고 있으며 연내 20대로 사용후 배터리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총 9개의 사용후 배터리로 제작한 ESS 사업이 있는데 이 중 8개가 피엠그로우에서 제작한 것이다.

코나 전기차 화재 등으로 배터리에 대한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다시 전기차나 ESS로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충분한 안전마진(Safety margin)만 적용하면 새 배터리든 사용후 배터리든 얼마든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SS 화재는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안전마진을 박하게 운용했던 것이 화재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전기차 화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피엠그로우는 사용후 배터리의 안전마진을 충전량(State of charge)에서 최소 20%를 두고 있다.

박 대표는 “대체로 충전 안전마진은 5%, 방전 안전마진은 15%로 두고 있다”며 “충전할 때는 보호모드가 작동돼 완충에 가까워질수록 전류가 천천히 들어가는데 방전은 사용하는 대로 전류가 빠져 나가기 때문에 15% 이하로는 아예 못쓰게 BMS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피엠그로우가 제작한 사용후 배터리 ESS에서는 단 한건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피엠그로우는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 실증사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총괄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 안으로 김포 선진버스와 함께 차고지 내에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한 ESS를 설치해 CNG버스 콤프레스 및 전기버스용 충전기 전력 공급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이제 막 시장이 생긴 분야이다 보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 관련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정책 목적도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실증을 통해 사용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정보는 피엠그로우를 포함한 몇몇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굴지의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가 피엠그로우에 전략적 투자를 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재홍 대표는 또 하나의 직함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전기차산업협회를 이끄는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기차산업협회는 전기차 서비스 및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과 리사이클링 등의 후방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주로 중소, 중견기업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2~3년 후면 전기차 제조사가 내연차 제조사보다 훨씬 많아져 브랜드와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현대차를 포함해 글로벌 탑10 제조사들은 직접 서비스사업까지 나설 것”이라며 “서비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오픈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각자하려면 힘들지만 모이면 가능하다. 이것이 협회의 탄생 배경이자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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