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이어 오스카도”···할리우드는 ‘亞 감독 전성시대’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곳에 살던 주인공(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노매드랜드’ 메인 포스터.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곳에 살던 주인공(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노매드랜드’ 메인 포스터.

[전기신문 추남] 바야흐로 아시아 출신 감독들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할리우드에 파란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등이 화제다.

그중 ‘노매드랜드’는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수상은 물론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또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전문매체 골드더비가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꼽은 ‘노매드랜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스카와 상관관계가 높은 미국제작자조합(PGA)상을 받았다. 오는 15일 개봉 전, ‘노매드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 ‘노매드랜드’의 줄거리는 이렇다. 경제 붕괴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무너진 후,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펀’은 자신의 모든 추억과 삶이 깃든 도시를 뒤로하고 유일하게 남은 작은 밴을 타고 낯선 길 위의 세상으로 떠난다.

펀은 사막의 저편으로 하늘, 석양, 나무, 바람 등 자연을 통해 치유 받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스스로 길 위에서의 삶을 선택한 노매드(Nomad; 유목민)들과 만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펀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머무는 곳이 곧 집이 되고, 순간을 함께하는 모두가 친구로 남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살아나갈 희망을 찾아간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는) 등장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난도 보여주지만, 동시에 강인함과 기쁨도 보여준다”며 “관객들이 슬픈 이야기의 부분에서는 상실감도 느끼고 카약이나 집 짓기 같은 모험에서는 흥분감도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어떤 메시지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노매드랜드’는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모든 것,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우아하고 매혹적인 영상미= ‘노매드랜드’는 우아하고 매혹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실제로 영상 부문의 오스카라 불리는 제28회 에너가 카메리마쥬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개구리상을 수상했고,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과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음향상 등에 노미네이트 됐다.

‘노매드랜드’ 촬영은 6개월간 진행됐다. 웅장한 바위 산맥과 황무지, 농업 산업이 발달한 사우스다코타주를 시작으로 사탕수수 수확 농장이 있는 네브래스카, 버닝맨 축제가 열리는 네바다 엠파이어,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북부 멘도시노 카운티, 애리조나 쿼츠사이트 등을 거쳤다.

이처럼 ‘노매드랜드’에서 미서부를 횡단하며 펼쳐지는 광활한 자연은 스크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내 시네마틱 체험을 선사한다. 한편 네바다 엠파이어는 수 세대에 걸쳐 광부들이 터를 잡고 살았지만, 경제 붕괴로 모두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역사가 반영돼 펀의 출발점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펀이 발견하는 장소들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사운드였으면 했다”며 사운드 디자인도 각별히 신경 썼음을 알렸다. 그래서인지 클로이 자오 감독은 빛이나 온도, 동물, 날씨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을 찾았고, 펀의 여정에서 등장하는 풍경들에 맞춰 반영했다.

▲‘노매드랜드’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노매드랜드’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거장 감독·대배우 등= 클로이 자오 감독은 불과 4편의 작품만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감독 반열에 올랐다. 뉴욕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소수 민족의 삶을 그린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와 낙마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카우보이의 성장을 그린 두 번째 장편 ‘로데오 카우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등을 이뤄내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세 번째 장편 ‘노매드랜드’로 지난 2월 개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단일 시상식 시즌 역대 최다 수상 등 영화계 역사를 새로이 써 나가고 있다. 여기에 마블 페이즈 4 최고의 기대작 ‘이터널스’ 감독으로 발탁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거머쥘 수 있을지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노매드랜드’에서 펀 역은 ‘파고’,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회 수상한 대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맡았다. 영화의 이야기에 끌려 제작자로 참여했던 프란시스 맥도맨드를 펀으로 이끌어낸 이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작품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징적인 존재감을 가진 ‘청자’가 필요했다”며 대배우를 섭외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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