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전문대학・관공서 등 완성형 인프라 강점 지리적 위치·앵커기업 부재는 약점
충주, 1위 기업 현대와 관련 협력사 이전 계기 ‘승강기 도시’ 자리매김 노력
‘기업 유치가 결국 승패 가른다’…입주지원금 등 인센티브 앞다퉈 제공

거창군이 세계 승강기허브도시 조성사업을 위해 건설중인 승강기 산업복합관과 시험타워의 조감도.
거창군이 세계 승강기허브도시 조성사업을 위해 건설중인 승강기 산업복합관과 시험타워의 조감도.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국내에서 승강기 산업 메카로 성장하는 두 도시가 있다.

한 곳은 지난 2008년부터 승강기밸리 조성사업을 시작한 거창군이고 다른 한 곳은 지난 2019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및 공장 이전이 진행중인 충주시다.

두 도시는 각자 분명하면서도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승강기밸리 조성사업을 먼저 시작한 거창군은 승강기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을 포함해 세계 유일의 승강기 전문대학인 한국승강기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 37개의 중소 승강기 업체들이 거창승강기밸리에 입주해 있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승강기 산업도시로서의 완성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새롭게 뜨기 시작한 충주시는 점유율 기준 국내 1위 승강기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및 공장 이전이 예정된 약속의 땅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자체 인프라가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이전될 협력사들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집적효과가 기대된다.

거창군과 비교할 때 승강기 산업도시 후발주자이지만 현대엘리베이터라는 강한 추진력을 보유한 만큼 충주시의 위상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유례 없는 압도적인 승강기 인프라, 거창의 진화는 ‘현재진행형’

거창군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승강기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다. 거창군은 국내 승강기 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국비 800억원을 포함한 3277억원을 투자해 거창승강기밸리를 조성했다.

거창승강기밸리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승강기대학교는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승강기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매년 300명이 넘는 젊은 인구가 거창군으로 유입되고 이들 중 일부가 거창 승강기밸리 내 기업에 취업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돼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부설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지난 2019년 거창에서 개원한 것도 강점이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은 거창군, 승강기밸리 입주 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산업 진흥을 위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승강기 담당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거창과 가까운 경상남도 진주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산‧학‧관의 교류‧협력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거창승강기밸리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완성업체 5개사와 부품업체를 포함해 총 37개사가 입주하고 있으며 연간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거창군의 승강기 산업 투자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거창군은 지난 2019년 국가공모사업으로 세계 승강기허브도시 조성사업이 선정돼 ▲승강기 산업복합관·시험타워 건설 ▲승강기인재개발원 이전 ▲상설교육장 운영 등을 추진 중이다.

승강기 산업복합관은 지상 3층 6037㎡ 규모이며 승강기 안전인증 시험타워는 높이 125m, 지대 2116㎡ 규모로 설계됐다. 4월에 착공해 2022년 9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승강기산업복합관은 국내‧외 승강기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센터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연구·시험장비를 임대해 주는 연구시험센터로 구성돼 있다.

시험타워는 승강기안전관리법의 전부 개정으로 안전인증 부품 대상 확대와 추가로 신설되는 모델인증 증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되는 것으로 거창승강기밸리에 입주한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거창군은 뚜렷한 단점들도 가지고 있다.

먼저 승강기 산업을 이끌어갈 앵커기업의 부재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단지 구성이 약점으로 꼽힌다.

규모 있는 업체가 있어야 협력사들과 함께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데 중견기업 없이 중소기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 산업 관계자들의 우려다.

다행인 것은 스페인 최대의 승강기제조사인 오로나엘리베이터(한국법인 바스텍그룹)와 승강기 제어반 및 완성품 생산기업인 대성IDS가 거창으로 이전했으며 중소기업들의 협동조합인 서울경기북부엘리베이터사업협동조합이 거창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앵커기업의 부재를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남쪽으로 치우쳐진 지리적 위치와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수도권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거창은 서울에서 3시간이 넘는 거리로 인해 대다수의 승강기 업계가 모여있는 수도권 업체들과 교류가 쉽지 않다. 거창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도 대부분 수도권 사무소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력이나 물류 이동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흥행수표 현대엘리베이터 유치, 승강기 도시로 가는 충주의 힘찬 발걸음

충주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7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함에 따라 승강기 클러스터를 형성할 추진력을 얻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해 공장과 본사를 충주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공장은 17만3089m² 부지에 건축 연면적 12만8863m² 규모이며 본관동과 복지동을 비롯해 ▲공장동 ▲300m 높이의 테스트 타워 ▲물류센터 ▲서비스센터 ▲기숙사 등이 포함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조8000억원의 매출과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단일 기업으로 거창승강기밸리 전체 매출을 훨씬 웃돈다. 이는 충주시가 승강기 도시 후발주자면서도 자신감을 갖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협력사인 ㈜마운트지앤디가 16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충주공장 신축 부지에서 기공식을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협력사인 ㈜마운트지앤디가 16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충주공장 신축 부지에서 기공식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현대엘리베이터의 협력사들 또한 충주로 줄지어 이전하는 추세다.

지난 2월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 협력사인 마운트지앤디는 70억원을 투자해 오는 9월까지 충주에 신공장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

추가로 ▲우진전장 ▲우주텍트론 ▲꼬레본 ▲이엠텍 ▲신송기계 등 협력사들도 충주 이전을 확정지은 상태다.

수도권과 1시간 30내외 거리로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고 TK엘리베이터로 사명을 변경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의 천안 공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충주·천안으로 이어지는 산업 승강기 트라이앵글의 중심으로 충주가 우뚝설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형성되고 있다.

반면 승강기 산업 신생 도시로서 비교적 부족한 인프라와 현대엘리베이터에 의존한 폐쇄적인 산업 구조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뚜렷한 자체 인력창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인력의 외부수혈이 불가피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의 산업 단지이다 보니 제 3의 업체들이 입주하기에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우려다.

산업 관련 관공서까지 보유한 거창에 비해 산업 외적인 인프라도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충주시는 올해 공모사업을 통해 R&D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승강기 시험평가인증센터를 구축해 충북도의 주력산업에 승강기 산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교통대학교, 충주폴리텍Ⅳ대학, 충주공업고등학교에 승강기 과목을 추가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핵심은 기업 유치, 기업 이전 혜택은

거창군은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70%의 입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R&D 사업으로 시제품제작비, 제품고급화, 수출포장재 등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승강기기업체들이 많은 부담을 가지는 승강기 안전인증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으며 성능인증, 특허, 해외규격인증과 우수제품지정 등 국내외 주요 인증취득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또 거창군에 입주한 기업의 근로자에게 기숙사비를 월 3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 융자금 이차보전을 4%이내 지원하는 등 지원책도 제공하고 있다.

충주시는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월 26일 ‘승강기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로 인해 충주시는 앞으로 승강기 입주 기업에 대한 혜택 및 인프라 확충에 대한 근거를 확보했다.

충주시 승강기 산업단지로 이전하는 기업은 취득세 75%, 감면재산세 5년간 75%,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시 법인세 5년 면제(2년 50%)의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또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으로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게 입지지원금(토지매입가액의 9%)을 제공하고 있다. 또 고용 및 투자금액에 따라 설비투자액으로 최대 50억, 근로자이주정착 지원금으로 이전 신설기업과 동반 이주한 전입 근로자 1명당 50만원(셋째 이상 100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업체들은 충주시민 채용 시 10명 초과 인원 당 월 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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