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소송 장기전 돌입…“애초 합의 안되는 구조”
패소 SK “남은 법적절차 최선 다할 것” 강공
합의금 지불 시 영업비밀 침해 인정, 경영진 형사처벌 가능
“SK 더 많이 부담 배터리 재단 설립해 분쟁 해결해야”
작성 : 2021년 03월 29일(월) 17:32
게시 : 2021년 03월 30일(화)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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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LG그룹 여의도 본사와 SK그룹 종로 본사.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과 SK이노베이션(SK)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합의 없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SK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패소 판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2차 소송에서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이 애초 합의가 불가능한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가 LG에 합의금을 지불할 경우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관련 경영진의 형사처벌 및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SK로서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랜 분쟁으로 양 사의 피로감은 물론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어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박철완 교수가 제시한 중간지대 형식의 배터리 펀드 및 재단 설립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미국 ITC가 SK 패소 판정을 내린 지 50일이 다 됐지만 양 사의 팽팽한 입장차는 계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25일 주총에서 SK와의 소송에 대해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 부회장한테서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온 것은 그만큼 양 사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도 지난 26일 주총에서 LG의 강공에 응수했다. 미국에 있는 김준 총괄사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이명영 재무본부장은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남은 법적 절차에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경쟁력을 현저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덧붙였다.

양 사의 주총 공방에서 주목할 점은 ‘합의, 협상’이란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양 사 공방에서는 “어쨌든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원론적 입장이라도 실렸는데 이번에는 사라졌다. 그만큼 현재 양 사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합의가 다급한 쪽은 SK이다. SK는 지난 2월 10일 LG가 제소한 미국 ITC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ITC는 SK가 LG의 22가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이에 대한 조치로 앞으로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관련 부품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SK는 내달 11일까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판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3조원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됨은 물론 미국에서의 사업도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SK는 강공으로 나서며 다음 법적 절차인 연방법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ITC 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대상이었다면 연방법원 소송에서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이 대상이 된다. ITC 소송이 2019년 4월부터 시작돼 2년이 소요됐는데 연방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최소 2~3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SK가 강공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애초에 이번 양 사 분쟁이 합의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는 SK가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2019년 4월 ITC에 제소했고 이어 5월에는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은 2019년 9월에 이어 올해 2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의 본사와 서산공장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찰의 별다른 수사 진척이 없는 것으로 미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LG에 합의금을 주면 이는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경찰 수사는 고발 취하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합의로 인해 오히려 SK가 수사에서 불리해져 관련자의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그동안 SK 경영진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천문학적 소송비용을 대고 지금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합의 시 주주로부터 배임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LG가 합의금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소송 프레임으로 가면 안되는 것이었다. 합의를 해도 경찰 수사는 취하가 안되기 때문”이라며 “SK가 막대한 금액으로 합의를 한다 해도 경영진은 주주로부터 배임으로 소송을 받을 수 있어 SK로서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중간지대 합의를 이번 분쟁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SK가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운영은 LG와 SK가 공동으로 하는 배터리 재단 및 펀드를 만들어 인력 양성 및 기술개발을 하면 이번 분쟁의 대의를 만족할 수 있고 SK 관련자나 경영진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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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yyb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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