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변호사의 금요아침)남편들의 밥타령
작성 : 2021년 03월 16일(화) 10:54
게시 : 2021년 03월 18일(목)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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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그동안 많은 가정의 이혼 사건들을 처리하고 상담하면서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상한 여자들에게 당하고 사는 불쌍하고 착한 남자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상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른 채 남편이 하늘인줄 알고 사시는 남자분들도 참 많다.

이혼 소송에서 남편들의 서면에 거의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바로 아침밥 타령. 부인이 아침밥을 한 번도 차려준 적이 없다느니 밥을 안 차려 준다느니 그렇게 밥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남편 외벌이에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경제활동과 가사일을 서로 분업한 것이니 식사 준비는 아내가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열심히 일하고 오는 남편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서 먹게 해주면 남편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36개월 미만 자녀를 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놀이방 등에 다니지 않는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아내는 하루 종일 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기저귀 갈고 놀아주느라 본인도 밥을 못 먹거나 대충 아이가 먹다 남은 밥으로 끼니를 떼우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도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집 꼴이 이게 뭐냐, 밥 차려 달라.”이런 말을 하면 아마도 그 집엔 싸움이 끊이질 않고 곧 이혼 소리가 서로 오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있는 부부들의 이혼 상담이 특히 많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전업주부라 하여 평생 삼시 세끼 밥을 차려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업주부의 일도 결코 적거나 쉽지 않다.

가족들 끼니를 챙기고 집안의 필요한 물품들이 떨어지지 않게 항상 체크하고 구비 해놓고 집안의 경조사들은 좀 많나.

결혼 후 아내는 본인 친정 외에 시부모, 시댁 식구들까지 챙겨야 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은 어떤가. 책은 어떤 것이 좋은지, 학원은 어디가 좋은지, 유치원이며 학교는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그뿐만 아니다.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그 모든 정보들을 찾아내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심지어 가사와 육아일은 휴일이나 휴가도 없지 않은가. 주부는 정년도 없다.

맞벌이라면 더욱 그렇다. 워킹맘은 일을 하면서도 가사와 육아일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남자들은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 가끔 설거지만 맡아 해줘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사일 잘 도와주고 가정적인 남자로 인정받는다.

물론 사회생활도 힘들고 고된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것도 무겁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가사일과 육아보다 돈을 버는 일이 더 가치 있고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내가 집안일과 아이들을 책임져주고 있기 때문에 남편들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일이 더 가치 있고 더 힘든 일이라고 따질 것이 아니라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을 인정해주고 서로의 고됨을 이해하고 고마워한다면 서로 힘들더라도 덜 외롭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기에 아침잠이 많아 아침밥을 좀 못 해줄 수도 있지만 새벽에 일찍 나가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다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집안일과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 아내일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단점만 보고 불평하지 말고 장점을 봐주도록 노력해야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며 평생 부엌 한 번 안 들어가 보고 자기 밥 한 끼 못 차려 먹는 것이 자랑인 시대가 아니다.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이나 부족한 것 없는 국내 굴지 기업의 부회장도 SNS에 본인이 요리하는 사진을 올리며 자신을 어필하는 시대다.

은퇴 후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내에게 밥타령 대신 간단한 요리 하나는 필살기로 터득해 주말 한 끼라도 그 동안 밥 차리느라 고생한 부인에게 대접해 주는 것은 어떨까.

나이 들면 결국 배우자밖에 없다.

김지현 변호사김지현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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