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마차가 주된 교통수단이던 시기에 매우 중요한(?) 직업 가운데 하나는, 말이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자연 방사한 배설물을 처리하는 일이였다. 당시 런던市 교통행정부서의 주요 사업은 점차 늘어나는 마차에 대비해 배설물 처리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엔진기관차가 등장하면서, 그 직업군에 속하는 종사자는 대량으로 실직이란 비극을 맞게 된다. 바로 기술혁신이 예기치 못한 참사를 야기한 것이다.

점차 모빌리티정책이 사회기반시스템의 변화를 견인하는 시대가 될 것

현재 우리 사회는 IT기술의 혁신으로 사회시스템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발병으로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도 회사는 그런대로 돌아가는 시대로 변화했다. 얼마전까지 통신이 교통을 대체한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가졌고, 전문가 다수도 완전 대체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했었다. 그러나 출근을 위한 통행량이 상당수 사라졌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있고, 기업과 연구기관의 출장은 대폭 축소되고, 이미 화상회의가 대면회의를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교통분야에서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정확히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통행행태, 교통체계 및 관련 산업 등 모빌리티시스템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등장 이전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입했는데, 이젠 자신의 집이나 직장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듯,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공공장소에도 전기차 전용주차장(충전소)이 설치되는 등 ‘공간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적극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런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아직은 이르지만 자율차 운행이 보편화되면 택시기사와 택배노동자에겐 큰 시련이 올 것이다.

보완장치 없는 기술혁신은 ‘노동 소외’, 나아가선 ‘공공교통의 쇄락’도 야기 우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진하다는 말이 있듯이, 기술혁신이 우리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도 동시에 수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산업의 경우, 플랫폼사업자의 등장으로 ‘노동 소외’, 더 나아가선 ‘공공교통의 쇄락’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차산업전략에 의하면, 전기차, 수소차를 조기에 보급해 10-15년 이후에는 엔진차의 생산을 중단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도 2030년대에는 자동차제조업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업(mobility service provider)으로 전환할 것으로 천명했다. 특히 전기차기반의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면, 운전자가 없는 공유사업(shared mobility)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소비자에겐 편리함과 통행비용절감이란 편익을, 사회적으로는 효율적인 주행에 의한 교통정체의 감소로 교통혼잡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할 일도 발생될 것이다. 작년에 발생했던 택시파업사태가 확인했듯이, 전기차와 자율차의 확산으로 ‘노동소외’와 ‘대중교통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공유차량의 확산으로 운수업체는 물론 종사자에게 악영향도 줄 것이다. 또한 현재 엔진차기반의 자동차부품업체는 물론, 엔진차를 정비하는 정비업, 주유업, 해체·재활용업 등 자동차관리사업 전반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기존 산업생태계의 붕괴도 예상된다.

택시노동자의 피해와 택시업계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하여 정부주도로 마련했던 ‘상생협약’은 일정기간 유효할지 몰라도,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사업자가 늘어나게 되면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고, 설령 존치한다고 해도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운영자 손실에 비하여 소비자 잉여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정부도 모빌리티 플랫폼사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할 명분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제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오늘날, 지금의 상황은 ‘런던의 과거’가 재현되는 모습으로 보인다. 다만 차이는 위기를 사전에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에 의한 ‘노동 소외’ 등 제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앞에서 언급한 필자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황상규 박사/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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