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합산 점유율은 36.2%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연초지만 1월 통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내 업계 점유율은 27.2%로 크게 떨어졌고 반면 중국 업계 점유율은 46.5% 절반 가까이로 치솟았다.

이 추세는 갈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배터리 경쟁력도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은 현대자동차의 3차 전기차 플랫폼의 메인 공급사로 선정됐고 CATL 배터리가 들어간 테슬라 모델3는 날개달린 듯 팔리고 있다.

트위터로 전기차 및 배터리 소식을 전하는 머니볼(Moneyball)은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모터스(XPeng)가 최신 모델에 CATL이 개발한 주행거리 480㎞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국내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국내 업계가 채택하고 있는 니켈 계열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전하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치명적 단점 때문에 경쟁상대로 쳐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CATL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이제는 LFP가 가격, 안전, 성능을 모두 갖춘 최고의 배터리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배터리의 모듈이나 팩 단계 없이 바로 차량에 탑재하는 셀투씨(CTC) 내지는 셀투팩(CTP)이라는 기술이 들어가는데 이는 배터리와 전기차 업체 간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실 국내 업계의 2위 지위도 불안한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초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 업계도 슬슬 생산 규모와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생산 1위인 미국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이고, 유럽 전기차 업체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스웨덴의 노스볼트도 곧 대규모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국내 배터리, 전기차 업체는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소송전과 화재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하고 있어 한심하기 그지없다.

2년여 가까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된 LG와 SK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은 SK 패소로 최종판결이 났지만 SK는 인정할 수 없다며 미국 백악관에 판결 거부권을 공식 요청하는가 하면 수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추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사 경영진의 협상은 조단위의 합의금 격차로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죽 답답했으면 두 번이나 “나라 망신이다. 미래 먹거리로 키워야할 시기에 서로 싸우느라 수습도 못하고 경쟁국에 다 넘겨주게 됐다”고 질책했지만 소용 없다.

현대차는 코나전기차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미국 리콜 관련 당국에 LG 배터리셀 결함이 원인이라고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배터리 안전성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LG로서는 제품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삼성SDI도 배터리가 공급된 BMW와 포드의 PHEV 차량 리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지각판이 바뀌고 있다. 공룡 현대차, 삼성, LG, SK는 양보와 협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 미래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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