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지난해 말 급하게 인사·노무팀을 신설했습니다. 기존 인력만으로는 주52시간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긴 한데,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는 당분간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취재 차 만난 한 중소제조기업 임원은 주52시간제 도입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제조업 특성상 인력운용의 중요성이 무척 큰데, 별안간 체질개선에 가까운 기업혁신을 강요당하다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전언이다.

지난 1월 1일부로 50~299인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 도입이 의무화된 가운데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제조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되긴 했으나 여전히 대응여력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일단 도입부터 한 이후 현장 적용 방안을 모색하다보니 일각에서는 ‘개문발차(開門發車)’식 법 적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업계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인사·노무 시스템을 적용하는 가운데 주52시간제 위반을 회피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참에 시스템을 재정비해 중장기적인 기업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잇따른 경기침체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례로, 또 다른 중소제조기업 대표는 “설계·R&D 등 분야의 인력은 사업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이 돼왔는데 주52시간제 적용 이후 활용폭이 줄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당장에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아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계에서도 뒤늦게 중소기업의 제도 적용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표적인 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9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중소기업 주5 2시간 도입 지원 전국 설명회’를 개최한다.

개문발차식 법 적용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는 7월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면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고 자금·시간 등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도입 유도책이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제도를 적용한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도 고려해볼 법하다. 체질개선을 동반한 기업혁신은 중소기업 홀로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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