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현대일렉트릭(대표 조석)은 우리나라 전력기기 제조업의 산 역사로 부를 만 하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를 비롯해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효율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과 사업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 발전 사업의 초기 개발단계부터 선제적 대응, 사업모델 수립 등 운영전략까지 이끌어 나갈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일렉트릭은 그동안 전력기자재 일체를 공급하는 ‘Total Solution Provider’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이제는 비용과 효율, 환경을 총망라하는 ‘Smart Solution Provider’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R&D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준엽 CTO(상무)를 만나 앞으로 계획을 들었다.

▶우선 현대일렉트릭에서 그동안 어떤 업무를 담당해왔나.

“현대일렉트릭 R&D 전신인 현대중전기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후 전동기, 철도차량용 전력변환장치 제품개발과 전력기기인 변압기, 차단기의 기술개발 실무를 담당했다. 중전기기의 핵심기술 고도화를 위한 기초기반기술 및 품질신뢰성 연구를 주도하고, 고압·저압발전기 및 전동기 개발을 주관하는 회전기연구개발실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력ICT연구실, 신뢰성센터, 기술기획과와 더불어 해외연구소(스위스연구소, 헝가리기술센터)를 담당하며, 전사 R&D를 관장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전체적인 R&D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면 고부가·친환경, 에너지 신사업 및 디지털화가 되겠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 수익성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력기기분야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제품·신모델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전 요구에 대응한 가스절연변압기의 콤팩트화와 친환경 GIS 개발 등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신시장에 대응하고자 한다.

배전기기분야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제품 라인업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경제형 모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그린 및 디지털 뉴딜에 대응하는 스마트 기기 및 에너지 신사업 발굴 등 ICT 융복합 신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차세대 전력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는 MVDC 및 LVDC 제품을 확보하는 등 R&D가 현대일렉트릭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고자 한다.

또 경영관점에서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에 발맞춰 R&D에서도 친환경 전력기기 공급을 위한 제품·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친환경 범주에서의 전력기기의 대응은 친환경 절연매질 사용, 고효율화, 저소음화, 그리고 폭발 방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KOLAS 인증 한전용 단상 154kV 20MVA 저손실 고효율 표준변압기와 국내 최초로 친환경 합성유를 적용한 230kV, 55MVA 방폭변압기(DPRS) SF6 Free 친환경 고압차단기를 개발함으로써 기존 전력기기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확대, 친환경 시장을 적극 선도할 수 있도록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전력시장은 신규 수요에 대한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에 교체 및 Retrofit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전력설비 진단, 수명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방진단·자산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또 변전소의 모든 전력설비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통한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디지털변전소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LG화학 등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전력설비 예방진단·자산관리 솔루션 적용을 위한 수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전력연구원과 DC빌딩전력공급 상용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과 목표가 있나.

“2022년 판교에 완공 예정인 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 R&D 센터(이하 GRC)에 DC전력공급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한전 전력연구원과 체결했다. 이는 국내 도심지 수용가에 대용량 직류 전원을 공급하는 첫 시범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상호협력을 통해 향후 현대일렉트릭은 빌딩용 직류배전 계통 구축 및 전장품 개발을 통해 직류배전 기자재 상용화를 이끌어갈 것이다. 전력연구원은 대용량 직류전원 공급절차서 및 DC 요금약관을 수립해 국내외 직류배전 상용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첫 ‘대용량 고속 동기 전동기’ 국산화, ‘차세대 LVDC 배전시스템 인프라 구축사업’ 등 지난해 연구성과를 설명해달라.

“각종 산업 플랜트의 핵심 설비인 대용량 고속 동기 전동기는 높은 품질과 신뢰성 요구로 인해 외산 제품만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 전동기 업체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었다. 대용량 고속 동기 전동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납품했고, 안정적인 운전을 통해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후 외산 메이커가 독식해오던 20MW 이상의 대용량 고속 동기 전동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신규시장 및 노후 외산 제품에 대한 교체 시장에 당사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다수의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직류전기 사업 육성 및 시장 창출을 위한 ‘차세대 LVDC 배전시스템 인프라 구축사업’ 프로젝트도 그린이엔에스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 GRC에 AC/DC 컨버터, DC/DC 컨버터, DC 배전반/분전반, AC 수배전반 일체를 공급하는 등의 직류배전 시스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향후 DC 차세대 배전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심지에 위치한 변전소는 안전한 운영을 위해 SF6를 적용한 가스변압기가 선호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이와 관련 3상 가스변압기(115kV 63MVA)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수출용 사양으로 개발된 3상 가스변압기는 러시아 전력회사인 렌에네르고(Lenenergo)에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가스변압기의 해외시장 수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SF6 가스를 대체하는 친환경 매질(Novec 가스)을 적용한 친환경 가스변압기 개발을 한전과 공동 개발할 예정으로 현재 자체적으로 기초연구가 진행 중이다. 향후 친환경 변압기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전기기 분야에서도 기기 간 융복합이나 스마트화, 운영자동화 등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은 어떤 게 있나.

“한전에서 운전 중인 가스변압기에서 최근 Tap Changer 및 부싱 사고 등의 발생으로 가스변압기 대상 예방진단 기술 및 시스템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2018년 전력용 변압기에 적용할 수 있는 변압기 예방진단 감시장치(HiPDS-T)를 개발 및 상품화 경험을 바탕으로 한전 가스변압기용 예방진단 감시장치 및 진단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전동기에 부착해 진동뿐만 아니라 전압, 전류를 계측해 기계/전기적 진단이 가능하도록 방폭형 스마트 센서를 개발해 반월·시화 스마트산단사업, LG화학 등에 수주를 확정했다. 국내 및 해외 스마트 팩토리 시장에 조기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판단한다.”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 ICT를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소개해달라.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 및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초연결성·초지능화에 기반한 전력설비 효율화 기술과 에너지 절감 기술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INTEGRICT(인티그릭)은 ICBM(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과 AI기술을 적용한 독자적인 ICT 플랫폼으로 자산관리·통합에너지솔루션에 특화시켜 연구 개발 중이다. 이 두 가지 솔루션은 고장 진단, 수명 예측, 이상 탐지, 부하 예측과 같은 지능정보기술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현재 LG화학과 반월시화산단에 운영 중이며, 핵심기술에 대한 성숙도를 높여가고 있다."

▶IT, 통신, 금융, 유통 등 비에너지기업이 ICT 기술을 활용해 전력산업에 진출하고, 전기차, 수요반응, 스마트홈 등 저탄소 기술을 토대로 신사업, 신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중전기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가.

“비에너지 기업이 ICT 기술을 활용해 전력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전력기기 및 End-user인 한전을 포함한 전력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를 포함한 기존의 전력기기 제작사들은 최근 전력산업의 트렌드인 친환경 및 디지털화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사업·신제품을 발굴 및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사업의 지속성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력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ICT 기술을 보유한 비에너지 기업과의 교류 및 협업도 서로의 상생을 위해 요구된다.”

▶연구개발과 관련한 개인적 철학이 있다면.

“‘협력으로 혁신, 기술로 사업선도’라는 슬로건하에 소통과 신뢰에 기반한 창의적인 R&D 활동을 표방한다. R&D 조직뿐만 아니라 대내외 부서·기관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이 곧 사람’이라는 굳은 신념하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우수 인재 영입에 정성을 기울이고자 한다.”

[이준엽 CTO 프로필]

▲1966년 출생,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석사 ▲현대중전기연구소 입사(1993년) ▲현대중공업 기계전기연구소/기초기반연구팀장(2010년) ▲현대일렉트릭 R&D본부 품질연구팀장(2014년) ▲회전기연구개발실장(2016년) ▲스마트솔루션연구담당(2019년) ▲연구담당 및 CTO(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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