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스마트조명, 제조사 간 상호운용성·호환성 떨어져 보급 부진’
ETRI, KCL 등 중심으로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 구성 KS표준 마련 中
내년 ETRI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조명’ 과제 3차연도에 표준안 마련 전망
표준·기술·수요 등 부문별로 구성된 조직 활용해 초안 마련, 국표원에 제안

스마트조명 표준은 장차 보급 활성화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조명 표준은 장차 보급 활성화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스마트조명은 레드오션으로 치부되는 국내 LED조명시장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프리미엄 팩터’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에 매몰된 조명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별기업마다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스마트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보급·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이 2040년까지 스마트조명 보급률을 60%까지 높이고, LED조명 대비 2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야심찬 로드맵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업계의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또 UNFCCC 당사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국제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전통조명의 LED조명 교체, 그리고 LED조명을 스마트화해서 에너지 절감율을 대폭 낮추는 것은 정부의 지상과제다.

하지만 스마트조명의 본격 확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스마트조명 보급의 바탕이 될 기술 표준화가 이제 막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다.

◆표준 부재, 스마트조명 확산의 걸림돌

스마트조명은 ‘LED조명을 인터넷, 시스템과 통신기술로 연결하고, 사람의 활동 범위에 따라 각 등기구에서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를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절감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김진수 엔트리연구원 전무)이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탑재돼야 할 요소기술들이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과 기술들의 성능, 품질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게 바로 스마트조명의 표준화다.

김진수 엔트리연구원 전무는 “(스마트조명은) 인터넷 연결, 컨트롤러 장치, 디밍장치, 센서장치 등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 장치들을 등기구에 개별적으로 혹은 그룹으로 설치해서 에너지 사용량(Dimmable)과 색온도(Tunable)를 조절하고 건물의 중앙 서버와 통신해 에너지 절약 효율과 빛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마트조명 개발은 개별업체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유·무선 통신기술과 센서, 컨트롤러 등을 바탕으로 조명의 디밍, 색온도 조절기능과 스케줄, 그룹핑 기능 등을 모바일이나 PC 등으로 제어하면서 통신성공률을 높이고, 오동작을 줄이는 과정에 각자의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반기술들이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업체별로, 사양별로, 현장별로 기술의 완성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고, 이는 타 기술, 타 제품과의 호환성 문제로 일부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여러 LED조명 제조사 간의 상호운용성과 호환성이 떨어지고, 별도의 성능기준이 없다는 게 기존 스마트조명의 문제 중 하나였다”면서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스마트조명 시스템을 구매해야 할지 애매할 수밖에 없고, 이는 보급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마트조명의 효율부분과 관련해서는 에너지공단이 고효율인증기준을 마련 중이지만 이는 조명의 효율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시스템 전체의 기능과 호환성 문제 등은 제외돼 있다.

또 2019년 7월 표준협회가 ‘스마트조명시스템에 관한 KS표준’을 제정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요구만 담겼을 뿐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립되지는 못했다는 게 업계의 식각이다.

‘스마트조명시스템에 관한 KS표준’은 KS C 7751(일반요구사항), 7752(주소체계)에 관한 것으로, KS C 7751은 조명기기를 네트워크로 제어하는 데 필요한 일반적 요구사항(용어정의, 시스템 구조 등)만 규정하고 있다. 가령 ‘스마트조명 시스템은 OOOOO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일반적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또 KS C 7752는 조명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기기의 IP 주소체계에 대한 규정이다.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조명 플랫폼 기술개발 및 실증과제 주관기관 책임자이자 표준협회의 KS표준 제정에 참여했던 성정식 ETRI 박사는 “기존 스마트조명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똑똑하지 못한 단순 에너지 절감 시나리오에 의한 감성 만족 부재가 첫 번째이고, 다양한 제조사 간 스마트조명 표준 API 및 인증 부재가 두 번째”라면서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리빙랩 실증에 사용되는 시제품은 테스트베드에서 성능 기준, 안정성 기준, 상호운용성 API를 정해 시험을 할 예정이며 리빙랩 실증 후 이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해 스마트조명 API에 대한 KS표준 제정과 인증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 구성, 표준안 마련 첫걸음

현재 국내에서 스마트조명 표준안을 마련하는 부류는 크게 ETRI와 조명ICT연구원으로 나뉜다.

ETRI는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조명 플랫폼 기술개발 및 실증과제’를, 조명ICT연구원은 ‘스마트 공공조명 KS표준화 및 성능평가시스템 구축과제’ 등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두 과제 모두 스마트 조명의 국가표준(KS, 단체표준)과 성능인증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두 과제의 주관기관은 표준 마련 과정에서 불필요한 중복 문제를 없애기 위해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KS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는 ETRI 주관의 스마트조명 플랫폼 과제와 한국조명ICT연구원에서 주관하는 표준화 과제의 수행기관들이 스마트조명 국가 표준화 추진을 위해 결성한 단체로, 두 과제의 수행기관들(ETRI, KCL, TTA, 한국조명ICT연구원, KTC, 한국광기술원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서울과학기술대, 조명 시험 인증 기관(KTL, KTR), 스마트조명산업발전협의체 소속 기관들이 함께한다.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는 국내 스마트조명의 세부적인 표준안을 마련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김진선 KCL 융합전기본부 조명센터 책임연구원은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는 표준안 마련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 개발자 중심으로 이뤄진 일종의 태스크포스로 보면 된다”면서 “이번 스마트조명 과제의 핵심 중 하나가 표준화인데, KCL은 조명, TTA는 통신 쪽을 각각 맡아 표준을 스마트조명이라는 범주 안에 넣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조명ICT연구원 스마트그린연구본부 책임연구원도 “(KCL이든, 조명ICT연구원이든) 서로 다른 과제의 주관기관이지만 스마트조명 표준안을 만들면서 개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협력을 해보자고 얘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스마트조명 표준개발위원회는 표준, 기술, 수요 등 부문별로 전문가를 활용 초안을 만들고, 이후 국가기술표준원 전문위원회와 심의위원회까지 거쳐 최종 KS표준을 완성하게 된다.

이와 관련 성정식 ETRI 박사는 “스마트조명, 센서 등의 디바이스 연결, 등록, 주소 할당, 관리 기능과 디바이스 제어 및 상태 관리 등의 기능을 스마트조명기기, 센서 등의 디바이스, 게이트웨이, 서버에 공통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각 기능을 블록으로 정의하고 이를 오픈 API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는 스마트조명 공통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표준안에 따라 만들어진 각종 부품은 어떤 회사가 제조하든 상호 호환이 가능해 건전한 시장생태계 조성과 설치, 유지보수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

결국 표준은 스마트조명 보급활성화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성정식 ETRI 박사는 “스마트조명 시스템은 조명단말기, 다수의 조명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가로등의 경우 가로등 양방향 점멸기가 해당), 그리고 조명을 제어, 관리하는 중앙관제서버, 제어기, 응용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면서 “이때 업체 간 상호운용성 문제는 조명과 게이트웨이 간 통신, 게이트웨이와 중앙관제서버 간 통신 이 두 개의 지점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지원을 위한 표준 API 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 간 비호환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김 책임은 “현재 일정상 스마트조명 표준안 마련은 과제 3차연도에 예정돼 있으며, 올해 2차연도에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과제 종료가 2024년 12월인데, 그때쯤에는 표준안이 완성되고, 스마트조명 보급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은 또 “(스마트조명 구현 과정에서) 조명이 먼저냐, 통신이 먼저냐 논란이 있는데, 통신은 조명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결국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조명이다. 이 때문에 이들을 융복합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표준안은 스마트조명 구현을 위한 최상의 기능을 제시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성능에 관한 규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스마트조명을 개발, 출시하기는 했어도 표준안 제정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조명은 에너지절감은 물론 편의성·효율성 면에서 뛰어나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스마트조명은 에너지절감은 물론 편의성·효율성 면에서 뛰어나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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