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유소에 현대차 충전소 구축 등 인프라 확대 한뜻
현대차, 모빌리티 다양화 이어 건물·발전용 진출 준비
후발주자 SK, 美 플러그파워 기술도입으로 역전 노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수소 생태계를 공유하는 협력자인 동시에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다. 두 기업이 수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손을 잡았지만 결국 다양한 수소 활용 분야를 놓고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2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수소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만남에서 두 기업은 수소전기차 1500대 공급, 수소 및 초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K-Hydrogen Council)’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두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수소사업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수소 모빌리티나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의 보급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기업이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수소 충전 인프라를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이 수소사업 분야에서 그리는 ‘큰 그림’은 상당 부분 겹친다. 이에 수소 전(全)주기 인프라 확충이 궤도에 오르면 수소 활용 분야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격전이 벌어질 분야는 모빌리티와 건물용 및 발전용 연료전지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현대차그룹은 수소승용차에서 상용차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해외 수출에 성공한 수소승용차 넥쏘,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비롯해 수소전기트램, 수소지게차 등이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건물·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넥쏘의 차량용 연료전지 모듈을 발전용으로 활용해 울산에 시범운영 중인 1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 연간 50만대, 수소연료전지 70만기 국내 생산을 목표로 한 ‘FCEV 비전 2030’을 지난 2018년 12월 공개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내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연간 3000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생산능력이 연간 4만대 규모로 늘어난다. 수소연료전지 70만기 중 20만기는 외부에 공급할 계획으로 선박·철도·지게차 등 수소상용차와 발전분야가 공급 대상이다.

SK그룹은 기존 에너지 사업 역량을 활용해 부생수소·블루수소 등의 생산을 극대화한다. 또한 연내에 미국 수소전문기업 플러그파워(Plug Power)와 합작사를 설립해 2023년까지 연료전지를 포함한 수소 핵심설비 생산기지를 국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플러그파워가 모빌리티, 건물용, 발전용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 역시 같은 제품군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차가 준비 중인 시장과 겹치기 때문에 향후 두 그룹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SK의 시장 공략 범위가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에 맞춰져 있고 현대차는 중국 광저우에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 ‘HTWO 광저우’를 건설하며 직접 공략에 나서고 있어 두 그룹의 불꽃 튀는 경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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