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산 한양대 교수,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지적
3일 전력산업연구회 정책 세미나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로 공정경쟁 강조

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민간발전협회에서 열린 온라인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민간발전협회에서 열린 온라인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한전이 높은 신용등급을 통해 민간보다 저렴하게 대규모로 신재생발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정부의 에너지전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고 해도 망 중립 훼손이라는 절차적 문제(수단)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전이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이 식당을 직접 경영하고, 통신회사들이 모든 콘텐츠들을 자신들을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에너지전환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사업인 해상풍력에 한전을 끌어들인 이유 중 하나는 리스크가 크고 경제성은 낮다 보니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해상풍력 사업으로 한전의 부채가 증가한다면 이는 결국 공기업의 부채증가와 국민부담을 늘린 수자원공사가 주도한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 “에너지전환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유연성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을 고도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존 전통전원이나 양수발전 등의 보조서비스 시장을 고도화하려면 송전부문의 중립, 소규모 분산형 자원을 활용하려면 전력소매시장 발전과 배전부문의 중립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도 “전력시장의 발전은 망 중립성 문제로부터 출발한다”며 “망 사업자가 발전사업을 하는 경우 재생에너지 입찰과 출력제한의 공정성 문제 등 다른 발전사와 차별의 유인이 많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 텍사스나 일본, EU의 여러 나라들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초과발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경쟁적 입찰시장으로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시장을 통한 공정경쟁이 이뤄지려면 발전, 판매회사의 겸업과 전력망회사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복잡해진 계통운영을 하려면 공정한 경쟁과 망 운영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며 “한전이 계통운영자로서 남든가 계통운영을 포기하고 판매와 발전사업자로 가든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해 모순점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면서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로 중요한 유연성 자원인 ESS 산업을 포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또 앞으로 북미관계가 개선돼 북한에 전력설비를 지원해주려면 원전밖에 답이 없는데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하면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또 “원전이든 석탄발전소든 발전소는 지어 놓고 폐쇄하는 즉시 매몰비용(쓰레기)이 돼 버려 회수가 불가능해진다”며 “지어진 발전소는 함부로 폐쇄하기보다는 본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보완해서 계속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망 중립성과 법·정책적 이슈에 대해 “송전사업자는 전기설비 정보 제공과 비차별 이용제공, 부당차별 금지 등의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영국 사례를 참조해 송전망 분리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 1조와 3조에 ‘전기사업의 경쟁과 새로운 기술 및 사업의 도입을 촉진함으로써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법의 목적이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수급의 안정과 전력산업의 경쟁촉진 등에 관한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의 취지에 맞게 전력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 미국은 망 운영을 민간기업에 맡기지 않고 정부나 공공의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망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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