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당국 수장·전력망 운영사 임원 6명 사퇴해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주민들을 태운 차량이 갤버스턴 지역의 한파대피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주민들을 태운 차량이 갤버스턴 지역의 한파대피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기록적인 한파가 불어닥쳐 대정전 사태가 일어난 미국 텍사스주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비용을 감당 못한 전력 공급업체가 파산하고 규제 당국자 및 전력망 운영사 임원들의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AP통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텍사스주에서 가장 오래됐고 최대 규모의 전력 공급업체인 ‘브래저스 전력’이 휴스턴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급작스런 한파에 전력 가격이 급등하면서 18억달러(약2조원) 규모의 비용을 텍사스주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에 지불하게 됐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RCOT은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주체다.

브라스조 외 다른 전력 전력공급업체 수십 곳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만큼 파산 신청이 추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들이 각각 지불해야 하는 금액만 우리 돈으로 조 단위 규모다.

공급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으면서 1조원대의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휴스턴의 포츠 로펌은 전기회사 그리디를 상대로 10억 달러(한화 약 1조1천200억 원)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요금이 급상승하면서 평소의 수십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시민들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인 리사 카우리는 매달 200~250달러 수준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이번 달 초 한파가 닥친 후 9천340달러(약 1052만 원)의 전기요금이 청구됐다.

관계자들의 사퇴도 이어졌다. 디앤 워커 텍사스주 공공시설위원회(Public Utility Commission) 위원장은 같은 날 사임했다. 워커 위원장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행동이나 태만이 이 사태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공시설위원회는 ERCOT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는 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워커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가장 고위급 인사라고 AP는 설명했다. 앞서 ERCOT에서도 위원장을 포함해 임원 6명이 사퇴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텍사스주에서는 눈 폭풍과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약 300만 이상 가구와 사무실이 정전됐다. 수일간 지속한 정전사태로 주민 40명 이상이 숨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텍사스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