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3분의 1 토막…변압기 대미 수출 ‘봄날’은 언제
수출 효자 옛말, 2010년 4억5천만불에서 지난해 1억5천만불 그쳐
오는 4월, 7차 반덤핑 연례재심 예상…고율 관세 유지 가능성 높아
정부 WTO 승소 불구 美 수용여부는 미지수…내년 이후 영향력 기대
작성 : 2021년 02월 25일(목) 08:56
게시 : 2021년 02월 25일(목)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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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미 변압기 수출 현황.

[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한때 국내 중전기기 수출 시장에서 최대 효자 품목으로 손꼽히던 변압기가 ‘미운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변압기 전체 수출은 5억8100만달러로 전년 6억1700만달러보다 5.9% 감소했다.

케이블과 함께 수출 상위권을 유지하던 변압기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력케이블, 배전 및 제어기, 전동기, 변환 및 안정기, 태양광 모듈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수출 변압기의 40% 내외 비중을 차지하며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국산 변압기 수출은 2010년 4억5700만달러를 넘었으나 2020년 1억5200만달러에 그쳐 10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HS(품목분류) 코드상 초고압변압기를 의미하는 10MVA 초과 유입식 변압기도 2010년 4억590만달러에서 2020년 1억2230만달러 수준으로 약 70% 감소했다.



◆변압기 수출시장, 10년간 어떤 일이 있었나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대미 변압기 수출은 반의 반토막 수준까지 급감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반덤핑 관세 이슈를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 변압기 수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산 변압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는 10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ABB 미국법인, 델스타, 펜실베이니아 트랜스포머 테크놀로지 등 미국 변압기 제조업체 3곳은 현대중공업과 효성 등을 상대로 60MVA급 변압기의 평균 덤핑 마진율이 60.20%에 달한다며 미국 상무부에 제소했다.

이듬해 2월 미 상무부는 현대중공업과 효성이 각각 21.79%와 38.07%의 낮은 가격으로 변압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것이다.

같은 해 7월 미 상무부는 현대중공업과 효성에 각각 14.95%, 29.04%의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했고 8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만장일치로 ‘Positive determinations(긍정적 결정)’이라며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최종 덤핑 판정을 인정했다.

이후 2013년부터 해마다 연례 재심이 열려 반덤핑 관세율이 조정되고 있다.

이 같은 관세 폭탄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정점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2017년 3차 최종판정에서 현대일렉트릭 제품에 예비판정(3.09%)보다 무려 20배가 늘어난 60.81%의 관세율을 매겼다.

업계는 국내 기업 중 대미 변압기 수출 1위 기업인 현대일렉트릭을 타깃으로 삼아 ‘시범케이스’로 고관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2015년 6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효한 ‘무역특혜연장법(TPEA· Trade Preferences Extension Act of 2015)에 따라 AFA(Adverse Fact Available, 불리한 가용정보)를 적극 활용했다.

AFA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자료를 내는 경우 일종의 징벌적 성격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무시하고, 피조사 기업에 불리한 가용정보를 사용해 조치수준(덤핑률 또는 보조금률)을 상향조정하는 조사기법이다.

이를 이용하면 피소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통계를 사용하지 않고, 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산정할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자의적 해석 여지를 넓혀놨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무차별적인 반덤핑 관세를 언제든지 매길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조사과정에서 원가구조나 모든 협력업체 표기 등 도저히 제출하기 어려운 자료를 요구받기도 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산 변압기의 시장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AFA를 적극 활용했다”면서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매겨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고 말했다.

2018년엔 현대일렉트릭 외에도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수출 4사에 모두 60.81%를 부과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이나 4월 초쯤 제7차 연례재심이 예정돼 있다.

7차 판정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미국에 수출한 변압기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7차 연례재심…반덤핑 관세율 낮아질까

반덤핑을 빌미로 미국이 국내 변압기 제조 기업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노림수가 다분하다.

뻔히 속내가 보이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에 수출되는 변압기는 2010년대 들어 2015년, 2016년, 201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감소했다.

2010년엔 4억달러가 넘었지만 2011년부터 제기된 반덤핑 이슈 때문에 계속 하락해 지난해에는 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초고압변압기 수출량도 10년 동안 70%나 줄었다.

그렇다면 올해 판정에서 사실상 징벌적 성격의 반덤핑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9월 미 상무부의 7차 예비판정을 보면 그다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상무부는 예비판정에서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에 52.75%, LS일렉트릭에 15.74%를 부과했다. 아직 수출 실적이 없는 모든 국내 기업에도 선제적으로 22%를 부과했다.

다만 중전기 업계에선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제기한 반덤핑·상계관세 WTO 제소에서 승소한 것이 7차 재심에 일정부분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WTO가 한국산 철강·변압기 제품에 대해 AFA를 적용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8건 모두 WTO 협정에 불합치하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지난 2016년 AFA를 적용해 한국산 철강·변압기 제품에 최대 60.81%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문제제기 끝에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약 3년간의 분쟁기간 동안 2만 5000여장 분량의 증거자료를 놓고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치열한 구두 및 서면 공방을 벌여 승소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판정을 통해 변압기와 철강제품뿐 아니라 다른 수출품목에 대한 불합리한 AFA 적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WTO 승소가 당장 변압기 반덤핑 관세 부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의 WTO 제소건은 60.81%를 부과한 2018년 4차 판정에 해당되고, 승소를 했어도 5차나 6차 판정에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수출 전문가는 “4차 판정은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수출한 변압기에 국한해 적용됐다”며 “이후 수출 제품에 대해선 WTO의 결정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WTO의 결정은 일종의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미국 정부가 수용할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며 “미국이 수용할 경우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2022년에 진행되는 8차 연례재심에서 관세율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변압기 시장 지속 성장…관세 걸림돌 극복이 과제

국내 기업들이 반덤핑 관세 장벽 때문에 미국 시장을 포기하기는 만만치 않다. 미국은 중동과 함께 국내 중전업계의 오랜 주력시장이면서 향후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컨설팅 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북미 전력 변압기 시장은 2022년 약 29억달러(약 3조3500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도 4%대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이 고율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미국 시장을 노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세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마땅치 않다. 개별 기업 단위에선 현지 기업분쟁 전문 로펌을 통한 로비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는 게 최대치인데, 로비와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고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변압기 생산법인인 ‘현대 파워 트랜스포머 USA(Hyundai Power Transformers USA, Inc.)’를 50% 증설했고 효성중공업도 지난해부터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해 가동 중이다.

앞으로 현대와 효성이 미국에 수출하는 초고압변압기는 국내 생산이 거의 없어질 공산이 크다.

중전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율이 10%, 20%도 아니고 60%라는 건 아예 수출을 하지 말란 얘기나 다름없다”며 “미 행정부가 바뀐 만큼 당장 기조가 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으로 과도한 관세 부과의 부당함을 어필하고 통상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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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sj@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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