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브라스, 정부 개입에 주가 22%가량 폭락
22조원 이상이 2거래일만에 증발해
투자자들, 집단소송 움직임 보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호아킨 실바 에 루나 페트로브라스 신임 CEO.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호아킨 실바 에 루나 페트로브라스 신임 CEO.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남미 최대 규모의 에너지기업이자 브라질의 반관반민 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내홍을 겪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경영 개입 의사를 보이자 주가가 22% 가까이 폭락하며 22조원 이상의 주가가 증발했다.

투자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고 이 회사의 가격 결정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했다. 브라질 정부는 페트로브라스의 지분 약 50%를 보유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시장 친화적 인물로 평가받던 호베르투 카스텔루 CEO를 경질하고 에너지 분야 경험이 전무한 군 장성 출신의 호아킴 실바 에 루나(Joaquim Silva e Luna)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카스텔루 CEO는 대서양 심해유전을 개발하고 부채를 축소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돼 왔다. 또 이 회사의 가솔린과 디젤유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서도 "무언가 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후 다음 주식시장 거래일인 22일에 이 회사 주가가 21.45% 급락했으며 19일부터 2거래일간 주가는 200억달러(약22조2천억원)이 감소했다. 같은기간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약5% 하락했으며 브라질 통화인 헤일화의 가치도 1% 이상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우파 포퓰리스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최근 모습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며 그동안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치 협력자들의 만류로 그의 경제 개입 본능이 억제돼온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 분석 업체인 TS 롬바르드는 투자자 노트에서 “페트로브라스 CEO 교체 결정은 포퓰리즘 정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개입으로 브라질 정부가 그동안 내세워온 자유주의 경제 어젠다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솔린과 디젤유 가격 인상 결정을 비판한 것을 두고 트럭 운전사 파업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페트로브라스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페트로브라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무리한 경영 개입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변호인은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해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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