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지난 2월 16일 발생한 미국 텍사스 정전 원인을 두고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우파와 좌파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번 정전의 원인은 풍력이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파는 신재생 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텍사스주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에서 “정전 사태의 주원인은 천연가스·석탄·원자력발전소 고장에 있다”고 결론을 내린 후에는 좌파 측에서 우파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203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대규모 정전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석탄(40%)과 원전(26%)의 발전 비중이 가스(26%)와 신재생에너지(6%)보다 훨씬 높고 예비력도 충분해 발전단지나 송전선로의 대형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정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석탄발전의 상당량이 폐지되거나 가스발전으로 대체되고, 신재생 비중이 20%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텍사스와 환경 여건이 비슷해진다.

특히 텍사스의 전력망은 다른 주들과 연계돼 있지 않은데,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연계되지 않은 독립계통이어서 충분한 예비력과 계통운영 및 시장제도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겨울철 북극한파와 여름철 폭염을 상정한 발전기 운영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출력조절이 가능한 석탄발전기를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건설되는 대형 가스발전소는 석탄발전소와 마찬가지로 기동하는데 4시간 이상 걸려 백업설비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도 우리가 건설한 소중한 설비”라며 “경제성을 갖춘 석탄화력발전소는 환경설비를 강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폐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폐지를 해야 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콜드 리저브(cold reserve)로 활용해야 한다”며 “평소에는 최소한의 관리만 하다가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잠깐 가동하는 방식으로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기존 설비를 무조건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만 확대할 경우 언제든 텍사스처럼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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