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 자전적 이야기 담은 영화로 ‘기생충’ 바통 이어받나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의 메인 포스터.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의 메인 포스터.

28일(현지시간) 열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땅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를 그린다.

또 ‘미나리’는 ‘오스카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가 꼽은 올해의 영화상에 이어 미국배우조합상(SAG) 영화부문 앙상블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등에 노미네이트됐다. 다음달 3일 국내 개봉 예정인 ‘미나리’가 지난해 2월 전 세계를 들썩인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름답고 보편적인 영화= 봉준호 감독이 “아름답고 보편적인 영화”라며 열렬한 지지를 보낸 ‘미나리’는 어떤 내용일까. ‘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에서 한 이민자 가족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제이콥)는 빚을 떠안은 채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모니카)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던 중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 있던 모니카의 엄마(순자)가 고춧가루, 한약, 미나리씨 등을 가지고 찾아온다. 의젓한 큰딸(앤)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데이빗)은 여느 그랜마 같지 않은 할머니가 못마땅하고 어색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묘한 화음을 이루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미나리’는 이같이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면서 생기는 불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가족을 통해 진짜 집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미나리’는 각 인물에게 가족이 이끄는 동력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연결했다. 집안의 가장인 제이콥은 자신의 자립심에 큰 자신감을 느끼는 반면, 모니카는 남편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도 실용적으로 가족의 생활이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려고 애쓴다. 갑자기 나타나 거친 말투로 맞는 말만 하며 부서지기 쉬운 가족의 평화를 휘젓는 순자, 그런 할머니에게 심술궂은 행동을 하는 데이빗과는 달리 앤은 원한 적 없는 무거운 부담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낀다.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는 ‘미나리’에 대해 “이 이야기는 어떤 가족이든 함께 하려고 애쓰는 것은 미친 듯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론 엉망이 되지만 하루의 끝에 가족의 사랑을 느끼면 그게 진정한 것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이처럼 삶을 살아감에 있어 평화와 행복만 있을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미나리’ 스틸컷(사진=판씨네마)
▲‘미나리’ 스틸컷(사진=판씨네마)

◆차세대 감독, 배우 앙상블= 정이삭 감독은 르완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첫 장편영화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후보에 오른 차세대 감독이다. 이후 제럴드 스턴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럭키 라이프’,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국 동화(선녀의 나무꾼)를 재해석한 ‘아비가일’로 작품성을 입증한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 각본, 연출을 맡아 각본상 8관왕을 비롯해 총 68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극 중 한국적 정서와 미국의 삶을 담은 가족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환상적인 앙상블을 완성해낸 ‘팀 미나리’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워킹 데드’ 시리즈, ‘옥자’, ‘버닝’ 등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스티븐 연이 ‘제이콥’ 역을 맡았다. 영화 ‘해무’, ‘최악의 하루’,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등에서 대중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온 한예리는 ‘모니카’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윤여정은 ‘순자’ 역을 맡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캐스팅된 아역배우 노엘 케이트 조, 앨런 김은 ‘앤’, ‘데이빗’ 역을 각각 맡았다.

이 중에서 스티븐 연은 아시아태평양엔터테인먼트연합(CAPE)에서 주최하는 골드 리스트 시상식, 노스텍사스 비평가협회, 덴버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여기에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와 있어 93년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예리는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냄은 물론, 오스카 예측 전문 매체 골드더비(Gold Derby)에서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윤여정은 ‘미나리’로 한국영화계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 워싱턴DC,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콜럼버스,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캔자스시티, 디스커싱필름, 뉴욕 온라인, 미국 흑인 비평가협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팜스프링 국제영화제 등 연기상 23관왕을 달성했다. 최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런 그를 오스카 여우조연상 예측 1위로 발표해 할리우드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나리’ 스틸컷(사진=판씨네마)
▲‘미나리’ 스틸컷(사진=판씨네마)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