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성능 80%↓ 수명 다해
남은 수명 활용하거나 유가금속 추출
2030년 유럽 재활용 의무, 시장선점 필요

경기도 일산의 한 보관창고에 전기차의 사용후배터리가 쌓여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보관창고에 전기차의 사용후배터리가 쌓여 있다.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면서 새롭게 각광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사용후배터리이다. 사용후배터리는 쉽게 말해 폐배터리를 말한다. 수명이 다하고 버리던 폐배터리를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등 활용가치가 생기면서 사용후배터리로 불리게 됐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5~10년 가량을 주행하면 배터리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지는데 더 이상 전기차 배터리로서의 수명은 다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여전히 80%의 성능을 갖고 있고 유가금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사용후배터리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2018년 100GWh에서 2025년 1243GWh로 연평균 46.7%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말 2700대에 불과하던 전기차(EV, PHEV) 수는 지난해 말 13만5000여대로 6년 사이 무려 50배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수도 13만7500대에서 67만4500여대로 5배나 증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국내 기준 사용후배터리가 7만8981개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사용후배터리 시장은 크게 재사용(Reuse), 새활용(Upcycling), 재활용(Recycling) 등으로 나뉜다.

재사용은 말 그대로 기존 배터리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새활용은 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한 뒤 이를 재조립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사용과 새활용은 대부분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나 무정전전원장치(UPS; Uninterruptible power system)로 사용한다.

폐차전문업체 굿바이카는 현대차의 코나, 포터2와 기아차의 니로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후배터리를 새활용해 캠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파워뱅크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재활용은 더 이상 배터리로서의 성능이 발현되지 않는 제품을 대상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과 에코프로씨엔지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사용후배터리의 재활용 금속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 12월 12일 친환경 배터리 규제안을 발표했다. 2023년 발효를 목표로 하는 이 제안서에는 더 투명하고 윤리적인 원자재 수급,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재활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규제안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충전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및 모든 산업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 또한 2026년부터는 지켜야 하는 탄소발자국의 상한선을 정할 방침이다.

배터리의 재활용에 관한 기준도 담겼다. 2027년부터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들의 성분 비율을 공개해야 하며, 2030년 1월부터는 코발트의 12%, 리튬의 4%, 니켈의 4%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35년부터 코발트 20%, 리튬 10%, 니켈 12%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사용후배터리 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초기 분야로서 아직 명확한 사용 기준과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배터리업계는 우리나라가 빨리 관련 기준과 규제를 마련하고 시장을 육성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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