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배터리 활용 고민하다 사업 시작
규제샌드박스 통과 최초 사용후배터리 사업화
CES2021 해외 관심 얻어, 서산공장 본격 가동

김종철 굿바이카 연구소장이 파워뱅크 제품 바스트로(BASTO)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철 굿바이카 연구소장이 파워뱅크 제품 바스트로(BASTO)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말 2700대에 불과하던 전기차(EV, PHEV)는 지난해 말 무려 13만5000여대로 6년 사이 50배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13만7500대에서 67만4500여대로 5배 증가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는 배터리(이차전지)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사용후배터리가 엄청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차전문업체 굿바이카가 사용후배터리의 새활용(Upcycling)에 주목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16년 설립했지만 이전부터 폐차사업을 진행해 온 굿바이카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폐차하고 남은 사용후배터리를 버리지 않고 한쪽에 쌓아두었다. 당시로서는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방안이 없었지만 향후에는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모아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에서 초기시장 형성을 위한 R&D 과제가 나왔다. 굿바이카는 이를 놓치지 않고 환경부 R&D 과제로 나온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한 태양광 가로등 개발 과제를 따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갈수록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후배터리 물량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굿바이카는 본격적으로 활용에 나섰고 사업아이템으로 캠핑용 등으로 사용하는 파워뱅크를 선정했다.

굿바이카 서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한 파워뱅크 제품을 만들고 있다.
굿바이카 서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한 파워뱅크 제품을 만들고 있다.
김종철 연구소장은 “수명이 다한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후배터리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폐차된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후배터리는 성능이 95% 이상의 고급 배터리”라며 “이 배터리로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고민하다 파워뱅크를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 시작부터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우선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화를 할 수 없었다. 또한 전기차에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지급되는 관계로 사용후배터리 소유권이 지자체에 있어 이를 사용하려면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굿바이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임시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지난해 4월 신청해 지난해 10월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또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용후배터리 소유권자인 지자체에서 배터리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김 소장은 “사용후배터리 사업이 워낙 초기 분야이다 보니 지자체에서 선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주지 않았다”며 “다행히 현재는 하남시에서 최초로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고 곧 서울시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선례를 이유로 꺼리고 있어 배터리 수급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굿바이카가 사용후배터리를 사용해 만든 소형 ESS인 ‘바스트로(BASTRO)’ 제품은 지난해 11월 특허청으로부터 ‘2020우수디자인(GD)’으로 선정됐다.

2kW 용량에 무게는 14㎏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보다 부피는 절반 수준이고 무게는 40%나 적게 나간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시중 제품은 중국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바스트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NCM 배터리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운데 가장 에너지밀도가 높은 방식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코나전기차 등에서 볼 수 있듯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김 소장은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서 가장 자신했다. 그는 “우선 전기차 대비 배터리셀이 훨씬 적게 들어가며 여기에 온도센서 4개를 비롯해 과전류, 과전압 방지 센서까지 부착했다”며 “또한 고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실리콘 전선소재와 열강화플라스틱도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굿바이카은 충남 서천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내에 8300㎡(2500평) 부지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 준비를 마쳤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2021에서 바스트로 제품을 선보여 인도네시아 등 여러 해외 업체 및 기관으로부터 많은 문의와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 소장은 “세계적으로 사용후배터리를 활용한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나라가 빨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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