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컴퓨터활용능력, 사무자동화 같은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다 보면 꼭 외워야 하는 단어가 있다. 최초의 컴퓨터, 바로 ‘에니악(ENIAC)’이다.

지금은 아나타소프의 ‘베리컴퓨터(ABC)’, 대영제국이 발명 후 비밀에 붙였다는 ‘콜로서스’와 함께 ‘최초’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에니악이 한 시대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에니악의 크기는 길이 25m, 높이 2.5m, 폭 1m에 무게는 무려 30t에 달한다. 성능은 지금의 전자계산기보다 못한 수준이지만 에니악이 첫걸음을 내디딘 덕분에 컴퓨터는 들고 다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사실 ‘최초’와 ‘크기’에 대한 예시를 멀리 미국에서까지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울린 휴대폰은 88올림픽을 앞두고 개통된 모토로라의 ‘다이나텍8000X’였다.

일명 ‘벽돌폰’으로 불렸던 다이나텍8000X의 크기는 33×44×88.8cm, 무게는 무려 771g에 달했다. 지금의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통신용’이라기보다 ‘호신용’이 맞겠다. 그러나 역시 이 또한 ‘최초’를 거쳐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컴퓨터와 휴대폰, 세상을 뒤바꾼 기술들이지만 이들도 최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전선산업에서도 ‘최초’의 기록을 남긴 기술이 있다. 바로 초전도 케이블이다.

2019년 한전과 LS전선이 세계최초로 23kV 상용운전에 성공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초전도 케이블은 아직 개발과제가 많은 기술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초전도 한류기(고장전류 발생시 차단기를 통해 전류를 제한하는 보호장치)를 개발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외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단지 ‘크기’ 때문에.

초전도 한류기는 고장전류 발생시 차단기를 통해 전류를 제한하는 보호장치다. 낙뢰나 단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잉전류를 단시간에 감지해 수 초 이내에 정상전류로 바꿔서 정전사태 등의 전력계통 사고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젠가 초전도 한류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지 모르겠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아파트 집채만큼 크지 않다면 이를 외면한 결정이 현명했을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초전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우리나라에서 가치를 알아주지 않은 초전도 한류기는 결국 러시아의 러브콜을 받아 바다를 건넜다. ‘웃픈’ 일이다.

기술의 진보에는 당연히 최초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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