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적 드라이브 걸면서 풍력 기대감 높아져…유지·정비 업체도 난립
경상정비 관련 자격요건·기준 등 체계 없어…풍력설비 안전관리에 ‘적신호’

정부가 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보급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유지·정비 등 안전을 위한 체계 마련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보급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유지·정비 등 안전을 위한 체계 마련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정부가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 걷고 나섰지만 배후의 건전한 시장 육성을 위한 산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다. 보급 활성화를 위해 잰걸음을 하느라 유지·정비 등 후방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

정부는 최근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가 2019년 풍력발전추진지원단을 신설, 정부 차원의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의미있는 걸음을 뗐다.

아울러 지난해 육상풍력 입지지도 도입, 해상풍력 발전방안 발표 등 다양한 풍력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풍력 시장을 육성코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민간이 전담하면서 풍력발전사업 전 과정을 인근지역 어민들과의 갈등, 인허가 문제, 각종 규제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면 이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민간의 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리를 놓아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유지·정비 분야에 대한 제도 미흡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지·정비 업체에 대한 자격요건이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지·정비를 위한 체계도 마련되지 않아서다.

풍력설비 도입이 늘면서 유지·정비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유지·정비는 터빈 개발사들이 도맡아서 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경상정비를 외부 기업에 의뢰해 설비 검사와 수리를 실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풍력발전단지들이 곳곳에 들어서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풍력설비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GW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발전사업자의 의뢰를 받아 경상정비를 수행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 혹은 정비기술자에 대한 기준과 자격요건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로프를 탈 수 있는 초급 자격증만 가진 로프접근기술자들과 함께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풍력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산업로프협회(IRATA)는 로프접근기술자의 수준과 경력 등에 따라 IRATA 자격증을 레벨 1~3까지 발급하고 있다. IRATA는 미국 전문로프기술자협회(SPRAT)와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로프산업 분야의 협회인 만큼 국내에서도 조선소의 도장작업 등 로프접근기술자들 사이에서 IRATA 자격증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풍력설비의 경상정비를 수행하는 기술자들 역시 이 IRATA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IRATA 레벨 1 자격증을 갖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IRATA 레벨1은 기초, 견습생 수준의 기술을 인정한다. 고소에서 수행하는 경상정비 업무 특성상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독관 등급인 레벨 3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지않은 경상정비 업체들이 IRATA 레벨 1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들만 현장에 투입하는 실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경상정비를 시행할 수 있는 기술자의 자격 요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설비에 대한 지식 없이 단순히 로프접근기술자 자격만 갖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경상정비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풍력설비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조치를 내려야 하는데, 단순 크랙으로 처리하고 페인트로 덮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코어가 훼손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단순히 외관만 새롭게 칠하는 수준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풍력설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전문지식이 없이 단순히 로프 기술만 갖고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상정비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이뤄진다면 풍력설비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풍력설비는 거대한 블레이드를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설비가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추력이 발생하고, 이를 막기 위해 풍력타워가 지반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그러나 타워나 블레이드에 낙뢰 등으로 인한 상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보수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작은 코어의 손상이 추력으로 인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풍력설비 타워나 블레이드가 운전 중 부러지게 되면 자칫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된 유지·정비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설비 안전과 함께 풍력발전사업자들의 장기적인 수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로써는 풍력설비 검사 및 수리기법을 교육할 수 있는 기관도 전무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썬 경상정비에 대한 안전점검 기준도, 전문인력에 대한 기준도 없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자격과 전문지식을 갖춘 유지·정비업체보다도 그렇지 않은 곳들이 난립하고 있어 풍력설비에 대한 안전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풍력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탄탄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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