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해외사업이 반토막이 났습니다. 해외 코로나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인데, 당분간은 여파가 이어질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취재차 만난 한 중소제조기업 임원은 지난해 실적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국내 상황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수출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워낙 강하다보니 거의 모든 사업이 중단 상태라는 얘기다.

지난 한 해의 사업성과를 결산하는 실적 발표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기자재 제조업계 곳곳에서는 암울한 탄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수출과 민수시장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을 필두로 한 국내 전력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코로나19와 경기 영향성을 크게 받은 수출·민수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때 이들 사업부문이 판로 다변화와 기업 외형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해결책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기자재 제조업이 전력산업의 포화로 정체기에 접어듦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신규투자를 감행할 여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그저 코로나 여파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투자에 필요한 시간·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생각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암울한 가운데에서도 남몰래 쾌재를 부른 기업들도 적지 않다. 공통분모는 코로나 특수를 노린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일찍이 신산업 분야로의 사업다각화 등 선제적인 기업혁신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코로나19 방역에 특화된 영화상 카메라를 선보인 우리종합계측기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용 비상용 가스터빈·디젤발전기를 공급 중인 지엔씨에너지 등의 기업이 있다.

코로나19가 열어젖힌 산업계 격변기에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격언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덧 새해의 1분기도 절반을 지나온 지금, ‘기다림’을 ‘기대’로 바꿔나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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