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재계, 미국은 일제히 반발

정전으로 가로등이 꺼진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거리
정전으로 가로등이 꺼진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거리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이례적인 겨울 폭풍에 대정전 사태를 겪은 멕시코가 에너지 자급자족을 천명했다. 미국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를 개선하고 국영 에너지기업의 힘을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전은 우리가 미 텍사스에서 사오는 가스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에너지)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멕시코 치와와, 누에보레온, 코아우일라주 등 북부 지역에선 전날 477만 가구와 사업장이 정전 피해를 봤다.

미국 텍사스주의 겨울 폭풍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천연가스관이 얼면서 멕시코의 천연가스 수급에도 차질이 생긴 탓이다.

멕시코는 전력의 60%를 천연가스로 생산하는데, 가스관을 통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미국의 가스를 들여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현재까지 대정전의 80%가량이 복구됐으며, 17일까지 모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자신이 추진하는 에너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일의 교훈이 무엇일까? 우리가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은 에너지 부문에서 국영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에너지 개혁법안을 마련해 지난달 발의했다. 주로 외국 투자로 이뤄지는 민간의 청정·재생 에너지 산업보다,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국영 전력회사 CFE에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놓고 멕시코 재계는 물론 미국에서도 북미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위반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환경 정책에서도 후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멕시코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PEMEX) 회생에도 전력을 쏟고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유시설은 왜 짓느냐’ ‘휘발유를 사오면 되지 왜 만드느냐’는 비판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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