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연료전지 등 수소분야 핵심기술력 자랑…수소 분야 수직통합 꿈꿔
플러그파워-SK 합작법인, 유틸리티용 발전설비·수소연료 등 연내 공급 예정
앤드루 마시 플러그파워 CEO “한국은 亞 수소시장 선점 위한 교두보”

플러그파워의 GenDrive 차량용 연료전지를 탑재한 페덱스 수소 화물트럭.
플러그파워의 GenDrive 차량용 연료전지를 탑재한 페덱스 수소 화물트럭.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세계 주요국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를 국가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수소 전문업체 플러그파워는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수소경제 밸류체인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어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연초부터 SK그룹이 이 회사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시장을 깜짝 놀래켰다.

1997년 설립한 플러그파워는 1999년 기업공개(IPO) 이후 수소 관련 핵심기술을 앞세워 기업 인수·파트너십 체결·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플러그파워는 지난달 2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매출 4억7500만달러, 2024년 매출 17억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50%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이를 위해 미국 전역에 그린수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그린수소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우리나라 SK그룹 및 프랑스 르노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수소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앤드루 마시 플러그파워 CEO는 이날 발표에서 “앞으로 수소분야의 승자는 그린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며 “플러그파워는 두 기술을 모두 보유한 만큼 계속해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플러그파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매출 가이던스. 플러그파워는 2021년 목표로 4억7500만달러, 2024년 목표로 17억달러를 제시했다.
플러그파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매출 가이던스. 플러그파워는 2021년 목표로 4억7500만달러, 2024년 목표로 17억달러를 제시했다.

◆전해조 제조업체・북미 최대 수소생산업체 등 인수…그린수소경쟁력 UP

플러그파워는 2019년 9월 발표한 ‘5개년 전략’에 따라 2024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소분야 수직통합에 활발하게 나섰다.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전해조 제조업체 기너 이엘엑스(Giner ELX)와 북미지역 최대 수소 생산업체 유나이티드 하이드로젠(United Hydrogen)을 인수하면서 그린수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기너 이엘엑스는 양성자교환막(PEM;Proton-exchange membrane) 수전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유나이티드 하이드로젠은 하루 6.4t의 수소를 생산하는 등 수소 대량생산능력과 대규모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재생에너지업체 브룩필드 리뉴어블(Brookfield Renewable), 에이펙스 클린 에너지(Apex Clean Energy)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들의 수력·풍력 발전설비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하루 최대 40t의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지역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건설해 수전해 핵심 설비인 전해조와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생산한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센터 내에는 연료전지 스택 등의 연구개발부서와 함께 올해 중순께 가동을 목표로 연료전지와 전해조 양산을 위한 설비가 배치될 계획이다. 2024년까지 센터에서만 6만개 이상의 연료전지 스택과 1.5GW 이상의 용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플러그파워의 연료전지 기술은 양성자교환막(PEM) 방식으로 다른 연료전지 대비 섭씨 50~100도의 저온에서 작동하며 고출력 밀도를 자랑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주로 자동차나 소규모 발전용 전원 공급에 적합하다.

플러그파워의 연료전지는 긴 주행거리와 2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수소연료 주입시간 때문에 가동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화물차, 각종 공항 지상 조업장비, 산업용 로봇(AGV), 드론, 발전설비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연료전지가 탑재되고 있다.

또한 플러그파워는 액화수소 기술을 통해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며 수소충전소 건설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저장, 운송 효율이 높고 모빌리티 충전시간도 훨씬 빨라 수소경제에서 핵심기술로 꼽힌다.

◆끊임없는 사업 확장…유상증자 통해 자금수혈

플러그파워는 수소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해 화물차 제조업체, 가스 생산업체 등과 다양한 협력을 맺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제휴관계를 맺은 전기트럭 제조사 라이트닝 시스템즈(Lightning Systems)를 통해 플러그파워 연료전지가 탑재된 최대중량 12.5t의 Class6 중형트럭을 선보였다. 또 독일의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린데 아게(Linde AG)와 자사의 연료전지가 탑재된 Class 6·8 중형트럭을 생산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플러그파워의 수소 모빌리티 시장 개척 노력은 올해 초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Renault)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플러그파워와 르노그룹은 올해 여름 50대50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유럽 내 연료전지 기반 중소형 상용차 시장 30% 이상 점유를 목표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중소형 상용차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과 최첨단 수소 차량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마존, 월마트 등 유통 공룡에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납품하면서 미국 수소 지게차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플러그파워의 경영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끊임없는 사업 확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수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 컨퍼런스콜 직후 18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씨킹알파(Seeking Alpha)는 이번 유상증자로 회사의 순현금 보유액(net cash position)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플러그파워가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와 합작 추진…亞 수소시장 본격 진출

SK그룹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플러그파워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7일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플러그파워에 투자해 지분 9.9%를 매입하고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SK그룹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K E&S는 천연가스 생산-유통-소비 밸류체인을 갖고 있으며 중국 3대 국영 전력사인 화디엔 및 중국 최대 민간 LNG업체 ENN과 협력을 맺고 있다.

SK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수소사업에서도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앤드루 마시 CEO는 지난달 26일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에 관한 몇 가지 힌트를 공개했다.

그는 한국시장에서의 단기 목표에 관한 질문에 대해 “첫 번째 목표는 올해 안으로 유틸리티용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SK가 보유한 충전 네트워크를 거론하며 “수소 생산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인수한 유나이티드 하이드로젠의 알칼리 화학 플랜트를 통해 생산한 수소를 한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SK가 전 세계에 재생 발전설비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전해조도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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