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습식 분리막 세계 1위…기업가치 5~6조원

美 ITC, SK에 10년간 미국 수입금지 명령
합의기간 60일…SK 배상금 5000억~3조원 추정
분리막 톱티어 SKIET 상반기 상장, LG도 필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아이이테크놀로지)의 배터리 분리막 생산과정에서 직원이 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아이이테크놀로지)의 배터리 분리막 생산과정에서 직원이 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에서 LG가 승기를 잡으면서 양사의 합의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상장 준비 중인 분리막 자회사 SKIET(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 일부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현지시간 지난 10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정을 내리면서 향후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셀, 모듈, 팩, 관련 부품 및 소재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미 SK이노베이션이 수입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도 내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기로 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했다.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배터리 제품의 수입도 허용했다.

이로써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양사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은 2년 가까운 난타전 끝에 막을 내리면서 앞으로 양사간 합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마지막 남은 절차는 대통령 검토(President Review)다. 국제무역위원회가 행정법원이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종판결에 대한 거부권이 있다.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최종판결이 미국의 공공이익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국제무역위원회가 미국의 공공이익을 감안해 포드와 폭스바겐향 배터리에 대해서 2~4년 유예조치를 줬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0일이 지나면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및 관련 부품의 수입 금지가 발효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SK이노베이션으로선 전보다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 중 상장 예정인 자회사 SKIET의 지분 일부를 LG에너지솔루션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전문 자회사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도 생산한다.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소재 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지분 90%를 SK이노베이션이, 10%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SKIET의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량은 2019년 5억3000만㎡, 2020년 8억7000만㎡ 규모이며 올해 말까지 13억7000만㎡ 규모로 늘리고 폴란드 및 중국 공장 생산 라인 건설을 통해 2023년까지 18억7000만㎡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가 직접 맞닿는 것을 차단해 화재 원인이 되는 단락을 막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SKIET 분리막은 머리카락 두께의 약 25분의 1수준인 4마이크로미터(μm) 두께이며 지금껏 SKIET의 분리막을 사용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서 단 한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 탑티어 제품으로 꼽힌다.

전기차에 쓰이는 중대형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SKIET의 점유율은 약 36%로 일본 아사히카세히(31%)를 제치고 세계1위를 차지했다.

SKIET가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축차연신공정은 분리막을 가로나 세로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늘리며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도 균일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글로벌 분리막 수요는 지난해 44억1900만㎡에서 올해 69억1000㎡, 2025년 262억10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IET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증권가에서는 SKIET의 기업 가치로 약 5조~6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IET는 분리막 사업의 영업이익 목표치를 2021년 3000억원, 2025년 8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31.9%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분쟁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 SKIET의 분리막을 사용했었던 만큼 LG로서도 SK 분리막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한목소리로 최우선적으로 ‘합리적 수준의 합의’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남은 절차 및 추후 절차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정치권과 정부의 중재 노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기자의 “기업인 출신으로서 LG와 SK의 해외 배터리 소송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양사의 합의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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