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금지 유예기간 타격 없지만 이후 가동중단 가능성
1공장 2022년, 2공장 2023년 양산…바이든 거부권 총력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셀 생산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셀 생산공장 전경.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상당한 배상액은 물론 미국 내 사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의 가동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현지시간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향후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셀, 모듈, 팩, 관련 부품 및 소재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기로 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배터리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이미 SK이노베이션이 수입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도 내렸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9.8GWh 규모의 제1 공장은 올해 상반기 중 시험 가동에 들어가 내년 중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3년 초에는 11.7GWh 규모의 제2 공장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ITC의 최종판결로 인해 조지아주 공장은 앞으로 2~4년간은 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이후로는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ITC의 판결은 기본적으로 SK이노베이션 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를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SK 측에 강력한 제재를 명령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기로 한 포드와 폭스바겐향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는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포드향 4년, 폭스바겐향 2년 수입 금지 유예를 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는 SK와 포드 및 폭스바겐 간의 공급계악 기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수입금지 유예 기간 이후의 조지아주 공장의 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ITC가 판결에서 2~4년 수입금지 유예를 둔 것은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SK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유예 기간이 끝나면 배터리 및 관련 소재·부품에 대한 수입금지가 다시 발효되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조지아주 공장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수입금지 효력를 막기 위해 마지막 남은 카드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ITC는 행정기관이기 떼문에 행정부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판결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닌 수입금지 효력에 대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측도 입장문에서 이러한 점을 언급했다. 입장문에서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등 남은 절차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조지아 공장 건설 및 가동으로 미국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것을 통해 바이든의 거부권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말 조지아주 및 라니어 공과대학과 2600여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법인SK Battery America는 지난해 말까지 현지에서 15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했고 올해는 900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SK측은 공장 건설 및 운영을 통해 잭슨 카운티 지역에 26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유예기간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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