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와 바이오디젤 업계에 대한 제언
작성 : 2021년 02월 10일(수) 12:13
게시 : 2021년 02월 10일(수)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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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영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그동안 석유산업 기술의 발달은 세계 경제의 틀을 만들었고 산업혁명을 거쳐 거대한 유통을 기반으로 현대문명의 기틀을 담당했다.

과학자들이 일궈낸 현대문명의 혜택들이 인류를 처참히 파괴할 수도, 상생하고 도약할 수 있는 양 갈래 길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다.

오랜 기간, 산업의 동력원으로 유지되고 있던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범세계적으로 다양한 에너지원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친환경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부터 수송용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디젤을 보급하는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유에 3%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보급 역사는 짧지 않은 반면 아직까지 낮은 혼합비율로 세계적인 추세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보다 근원적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연도별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상향하는 정책을 수립해 최근 입법예고했다.

바이오디젤 보급 초기에 논의되던 혼합비율의 궁극적인 목표인 5%를 2030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추세를 볼 때 5%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혼합비율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한 입법예고는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고대하던 오랜 기간의 숙원을 풀어주는 획기적인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혼합비율 상향을 견제하면서 비율이 확대될 경우 직접 생산해 혼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고 최근 이를 현실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의 경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기존 업체들이 일궈놓은 시장에 진출해 자체 생산을 하겠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18년 동안 성실하게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납품한 업체들과의 상생을 마다하고 현시점에서 대기업인 정유사가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겨우 싹이 트기 시작한 현재의 바이오디젤 생태계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들과 그와 관련된 종사자들을 합한 5000여명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어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 바이오디젤 총 생산규모는 5%를 충분히 감당하는 수준으로 추가적인 공장 신설은 기존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을 저하시키고 떨어진 생산 능력은 결국 바이오디젤 산업의 안정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필자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오던 터에 정부의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증가계획을 내심 환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합비율 증가가 바이오디젤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혼합의무 주체인 정유사가 직접 생산해 혼합할 경우 새로운 고용인원 창출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신시장 개척의 개념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대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철학과도 반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어느 분야든 기존 생태계가 유지돼야 보다 안정적인 시장이 구축돼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이 진출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좌절케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은 아닐 것이다.

글로벌 추이를 보면 정유사와 같은 거대 기업은 1세대 FAME(Fatty Acid Methyl Ester)과 같은 바이오디젤 산업보다는 환경오염의 비중이 높은 항공유의 대체연료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항공유의 경우 막대한 설비투자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 인력과 자본을 갖춘 정유사가 적합한 분야일 것이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등 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으로 바이오에너지 사업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기존 업자들에게 닥칠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사업계획을 재고하는 것이 상생하는 방안일 것이다.

그동안 관련 세미나 등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제안한 것처럼 바이오디젤 보급 초기 단계에서 설정된 5%의 혼합비율에 해당하는 생산물량은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에 일임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선회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부의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상향을 위한 제도 개편이 정유사의 해당산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필자는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자연은 물론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공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의 20여년 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증가가 오히려 기존 업계에 역효과를 초래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만은 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관영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프로필>

1979.3 - 1983.2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공학사)

1983.3 - 1985.2 서울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과 (공학석사)

1987.4 - 1990.3 일본 동경대학 합성화학과 (공학박사)

2001.3 - 현재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2010.1 – 현재 Editor, "Catalysis Surveys from Asia," SCI Journal

2012.7 – 현재 IACS(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atalysis Society) 한국대표

2016.3 –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6.6 – 현재 초저에너지 자동차 초저배출 사업단 단장 (ERC 센터)

2017.1 – 현재 공학한림원 화학생명공학분과 위원장

2020.1 –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2020.1 – 현재 한국화학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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