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2021년 2월, 서울 시내에는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가 담긴 버스가 달리고 있다.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버스다.

공매도(空賣渡) 논쟁이 연일 뜨겁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5월 3일, 대형주(코스피200, 코스닥150)부터 공매도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14개월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인 공매도를 완전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공매도의 ‘공’은 빌 공(空)자다.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오로지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차입공매도만 허용되고,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흔히 ‘가격 버블을 막는다(가격발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 왜곡을 방지한다’ 등이 순기능으로 꼽히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매도의 순기능이나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가격 버블이나 과열을 막는다는 얘기가 얼핏 대단하게 들리지만,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정상적 수요 공급 원리가 아닌 인위적 방법으로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을 우리는 ‘불공정 거래’라 부른다. 공매도가 그렇다.

가격 버블을 판단하는 기준은 공매도를 실행하는 당사자의 주관적 잣대뿐이다. 공매도의 버블 방지 기능이 그토록 훌륭하다면, 부동산이나 상품 매매에서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일 뿐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해 역사적으로 확립된 이론이나 실증은 아직 없다.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을 의심해 볼만 하다.

공매도의 주체들이 너나없이 공매도의 순기능을 말하는 것도 난센스다. 도박중독자들이 오락의 순기능을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순기능을 운운하며 논점을 흐리는 언론 보도는 여전하다. 공매도는 수익 창출 전략의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투기 자본의 이른바 ‘작전’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선 오히려 주가조작에 가깝다. 신용거래 대비 공매도 투자 수익률 37배, 승률로 환산하면 97%가 넘는다는 모 대학 연구에 오류가 없다면, 외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는 그동안 공매도 덕분에 '땅 짚고 헤엄쳤다'고 자백하는 게 맞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명분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시장에서 소외받는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논리다. 이 역시도 눈속임이다.

수년간 우리 시장의 공매도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이들 종목은 굳이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매일 한 호가당 수억에서 수십억원씩 매도 수량이 쌓여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셀트리온이 유동성이 부족해 가격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차라리 소설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서 재개해야 한다는 지점에선 헛웃음만 나온다. 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 것은 맞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 즉 불법을 우리만큼 방치하고 있는 곳도 없다.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은 돈이 많이 들고, 시스템 과부하 때문에 구축이 어렵다는 게 금융위 수장의 공식 답변이다.

불법을 잡아낼 능력은 없는데,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따라할 수밖에 없다는 전근대적 논리를 갖다 댄 것이다. 이런 말 같잖은 해괴한 논리는 자본권력에 굴복한 초라한 변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 중 하나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다.

공매도가 바로 자본시장의 그것이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성숙됐음에도 금융당국의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노마크 찬스에서 헛발질을 반복하면 어떤 게임이든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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