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1위 LG, 작년 10월부터 중국 CATL에 뒤져
LFP 배터리 탑재 테슬라 ‘모델3’ 가격인하로 판매 급증
NCM보다 성능 뒤지지만 특정 수요시장 생겨

중국 배터리 1위 업체 CATL의 LFP 배터리셀 제품.
중국 배터리 1위 업체 CATL의 LFP 배터리셀 제품.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2019년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자리는 중국과 일본의 몫이었다. 중국 배터리업계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인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쑥쑥 성장했고, 일본업계는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독점공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2020년 배터리 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2분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일본 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코로나19로 중국, 일본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덕분에 판매가 크게 늘면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 다시 중국 업체에 1위를 내주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중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영향도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업체가 얕보던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의 수요시장이 급성장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더 길다는 장점이 있다. 이 우월한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LFP 배터리를 얕보고 개발을 등한시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LFP 배터리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을 통해 수요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을 비롯한 여러 모빌리티의 쓰임새가 다양해지면서 대량 탑재 및 근거리용에서 LFP 배터리 채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LFP 탑재 모델3 판매 1위로 올라…LFP의 재발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CATL이 34.3GWh로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3.5GWh로 2위, 일본 파나소닉은 26.5GWh로 3위를 기록했고 이어 중국 BYD 9.6GWh, 삼성SDI 8.2GWh, SK이노베이션 7.7GWh이 뒤를 이었다.

시장의 관심을 끈 건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순위 변동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부터 1위로 올라선 뒤 9월까지 줄곧 판매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9월 누적 사용량은 LG에너지솔루션 19.9GWh, CATL 19.1GWh, 파나소닉 15.8GWh, 삼성SDI 5.0GWh, BYD 4.5GWh, SK이노베이션 3.5GWh였다.

하지만 10월부터 CATL 사용량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0월 판매량을 보면 CATL 9GWh, LG에너지솔루션 6.5GWh으로 CATL이 크게 앞섰다. 이를 통해 CATL은 1~10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28.1GWh를 기록하며 LG에너지솔루션 26.4GWh를 앞섰고 이 추세는 12월까지 이어졌다.

국내 시장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앞서 있는 LFP 배터리가 있다.

LFP 배터리는 양극재에 철(F)과 인산(P)이 들어간다. 국내 업체들은 양극재에 니켈(N), 코발트(C) 망간(M)이 들어가는 NCM 배터리와 망간 대신 알루미늄(A)이 들어가는 NCA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망간과 알루미늄이 모두 들어간 NCMA 배터리도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A) 배터리보다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 반면 재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LFP와 NCM811의 셀 에너지밀도(kg당)는 LFP 170Wh, NCM811 240Wh이며, 배터리팩(Wh당) 가격은 LFP 0.75위안(0.11달러), NCM811 0.95위안(0.14달러)이다.

성능만 놓고 보면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보다 열등한 것이 맞지만 전기차 사용 용도가 세분화되면서 LFP 배터리가 재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테슬라의 모델3 판매량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모델3 전기차에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하다 지난해 10월부터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모델3 판매량을 보면 스탠다드레인지플러스(SR+)가 10월 6033대에서 11월 7587대로 늘었고 같은 기간 롱레인지(LR)는 7049대에서 3800대로 대폭 줄었다. 11월 새롭게 선보인 LFP SR+는 1만145대나 팔리며 가장 많이 판매됐다.

테슬라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3 판매를 시작하면서 가격을 크게 낮췄다. SR+(주행거리 468km용)는 기존 27만1550위안(4651만원)에서 24만9900위안(4280만원)으로 8% 내렸고 LR(주행거리 668km용)은 기존 34만4050위안(5893만원)에서 30만9900위안(5308만원)으로 10% 내렸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에 뒤지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LG에너지솔루션이 LFP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자료:삼성증권, 중국조사업체 ICC
자료:삼성증권, 중국조사업체 ICC
◆그린선박 등 LFP 수요 발생…LG에너지솔루션 개발 착수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과거 국내 업체들도 전기차용으로 LFP 배터리 양산화를 시도했지만 에너지밀도 면에서 경쟁력이 없음을 확인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LFP 배터리 탑재 이후로 LFP 배터리의 틈새시장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배터리가 대량으로 탑재되는 ESS나 대형 모빌리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그린선박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203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선박법)’에 따라 140척의 내연기관 소유선박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친환경선박에는 전기추진, LNG, LPG, 수소연료전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전기추진 선박에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다.

최근 모 업체가 수주한 2022년 인도 예정인 전기추진 쌍동여객선에는 1068kWh 배터리팩 두 세트가 탑재된다. 고성능 전기차 탑재용량이 70~80kWh인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20~30대 분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이다.

특히 이 선박에는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예산으로 제작되는 전기추진 선박에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것은 국내에서 만들 수 없는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선박에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고 높은 안전성도 요구되는 만큼 중국산 LFP 배터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나온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애플카(Apple Car)에도 LFP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FP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밀도를 해소하기 위해 ‘다중직렬연결 코어셀(multi serially conneted core cells)’ 방식이 개발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방식에 대해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는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지만 국내 배터리 1세대 전문가로 꼽히는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가능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LFP 배터리는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고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전압과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듈은 물론 케이스까지 없애고 코어셀을 다중직렬연결 방식으로 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NCM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저렴하고 안전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NCM과는 다른 수요시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업그레이된 기술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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