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공급지연, 가격 상승 등으로 AMI 업체 납기 차질 우려
공사업계, “자재 없으면 공사 못해 필수인력 고정비 지출” 부담
한전 “교체시기 탄력조정, 긴급 총가계약 추진 등 대책마련”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제공:연합뉴스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제공:연합뉴스

[전기신문 강수진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이 AMI 시장과 계량기 설치를 담당하는 시공업계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스마트폰과 차량용에 비해 AMI용은 수익이 적어 공급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제때에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한 AMI 업체와 계량기를 시공하는 전기공사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특히 한전의 전력계량기 입찰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발주까지 나온 터라 업체들의 조바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전은 최근 AE-Type 저압전자식 전력량계 132만대, 33만대(지역제한)와 G-Type 저압전자식 전력량계 40만대, 10만대(지역제한) 등 총 4건의 공고를 냈다. 현재 대부분 입찰이 마무리됐으며, 오는 16일 AE타입 개찰만 남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 3일 계약물량의 12%를 발주했다.

하지만 계량기의 중요 부품 중 하나인 반도체 수급이 여의치 않아 발주물량을 맞추는데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전에서 재고 부족으로 빨리 (계량기를) 공급해주기를 원하는데, 대기업도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판에 중소기업들은 어떻겠느냐”면서 “계량기 반도체 수급 부족은 이미 현실에 닥친 문제”라고 걱정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지만 지난 1월에 발주한 부품을 5월에나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한전이 발주한 초도 물량은 문제없이 납품하더라도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공급지연이 불가피하면 어쩔 수 없이 지체상금을 지불할 각오를 하고 있는 업체도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부품수급도 어려운데, 가격까지 올라 납기일을 맞추려고 업체들이 웃돈을 주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들어 품목에 따라 기존 가격의 5배 이상 급등한 부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량기를 일반 수용가에 설치하는 전기공사업체도 덩달아 피해가 예상된다. 공사 계획을 다 잡아 놓은 상황에서 계량기가 없어 공사를 못 할 판이기 때문이다.

전기공사협회는 한전의 AE-type 보유수량은 42만대로 예상되며, 신규와 실효계기 시공 시 약 2개월 이내에 잔여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는 추가 물량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필수인력 보유에 따른 고정비 지출로 영세 회원사는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주 업체들과 만나 최대한 빠른 자재 수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신규 계량기 공급은 매년 발생하는 신규 물량 기준으로 했을 때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교체 대상인 계량기와 관련해 실효 계기 연간공사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면 교체시기를 연내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물량 확보를 위해 긴급 총가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떤 부품이 조달되지 않는지 조합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이고, 전력량계 공급 루트를 파악 중”이라며 “최대한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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